새 신용평가제 2013년말 도입… 252만명 등급 올라간다

입력 2013-11-18 17:43 수정 2013-11-18 22:23


정모(42)씨는 할부금융사에서 낮은 금리의 신차대출 상품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입한 뒤 대출금을 꼬박꼬박 제때 상환하고 있었다. 정씨는 그러던 중 해외 출장을 가는 바람에 할부금 결제일을 놓쳐 마지막 결제대금 45만원을 11일간 연체하게 됐다. 정씨는 귀국해 바로 전액을 상환했고, 집주인에게 올려줄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과연 정씨는 은행에서 5000만원을 다시 빌릴 수 있을까? 정답은 “지금까지는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개인 신용평가체계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대출·연체 경험이 있는 정씨의 신용등급은 7등급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씨의 신용등급은 4등급으로 올라간다. 제2금융권이지만 저금리 대출을 합리적 용도로 이용해 꾸준히 갚아나갔고, 한 차례의 연체는 고의가 아닌 실수로 발생했다는 점이 감안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실수로 연체를 일으켰거나 단기간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약 252만명의 신용등급이 빨리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 3950여만명의 개인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신용평가 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 개발한 새로운 신용평가체계 ‘케이스코어(K-Score)’가 올해 말부터 시중은행에 도입되기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기존 신용평가체계처럼 신용거래 내역만 단편적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각종 세금·국민연금 납부내역, 연소득, 성실 상환 정도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이 새 신용평가체계의 특징이다.

KCB는 케이스코어가 금융권 일반에 적용되면 저신용 금융소비자의 신용등급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KCB가 3953만6000여명의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새 신용평가체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은행권의 대출이 사실상 어려운 저신용 등급(7∼10등급) 고객 570만여명 가운데 약 24만6000명의 신용등급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17만3000명은 6등급 이상으로 올라가 은행권 대출이 가능해진다.

부채를 성실히 상환하려 노력한 사람, 맞춤형 상품이 있고 편리하다는 이유로만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한 사람, 편의 때문에 단기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사람 등의 신용등급을 구제한 결과다. KCB는 이들의 불량률(1년 이내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 신용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신용평가체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KCB가 구축한 웹 사이트 ‘신용과 사람(www.sinsa.co.kr)’에 가입해야 한다. 직접 국세청 소득금액, 국세·건강보험 납부내역, 모범 납세자 여부 등을 등록해 평가 정보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은행권 가운데 신한은행은 올해 말 케이스코어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KCB 김상득 사장은 “기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은 신뢰성이 높지 않았다”며 “케이스코어가 새로운 금융 여건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