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동부하이텍, 누구 품에 안길까

입력 2013-11-18 17:42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반도체 사업체인 동부하이텍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누가 인수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LG반도체가 반강제적 ‘빅딜’로 하이닉스에 통폐합된 적이 있어 재계에서는 아주 민감한 업종으로 받아들여진다.

동부하이텍은 각종 전자제품에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견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소리·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디지털 카메라용 CMOS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디지털 오디오 엠프칩, 디스플레이 구동칩(LDI)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매출액 5908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관련 매출이 연간 10조∼4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하면 작은 회사지만 ‘첨단 중의 첨단업종’으로 불리는 만큼 반도체 계열사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내외에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18일 업계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인수를 추진할 만한 회사로는 자금 여력이 있는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우선 꼽힌다. 동부그룹이 처분할 동부하이텍 지분은 37%로 현 시가총액(2800억원)으로는 1000억원 남짓이다. 하지만 자산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업종 상징성 등을 감안해야 하고 특히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사업이어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SK는 사업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메모리반도체를 제작하고 있어 비메모리 분야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현대차그룹의 이름이 많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 자동차 전자제어 전문기업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동차에도 활용할 수 있어 구미가 당길 만하다.

LG그룹도 눈길이 쏠리긴 마찬가지다. 현재 LG전자는 반도체 설계를 하며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동부하이텍을 인수한다면 생산라인까지 갖추게 돼 반도체 사업을 재개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은 지금까지 2조원이 투자됐으나 15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올해 첫 흑자를 기대하고 있을 정도로 당장에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회사다. 자금여력이 있더라도 매수를 꺼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