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스모그의 공습] 방독면이라도 써야 하나… ‘중금속 미세먼지 공포’
입력 2013-11-18 17:39 수정 2013-11-18 17:51
중국발 ‘스모그 공습’이 빈번해지면서 시민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세먼지가 각종 호흡기 질환과 천식, 아토피를 유발한다고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인사동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김밥을 팔던 이모(52·여)씨는 최근 아침마다 면으로 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다고 했다. 이씨는 “매일 아침 매연 많은 도심에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스모그까지 불어온다니까 걱정이 돼서 마스크를 썼다”며 “면 마스크로는 부족할 것 같아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사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앞을 지나던 김건욱(40·여)씨도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씨는 “먼지 때문에 외출할 때마다 눈과 목이 따가워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갈색 스카프로 목을 감싼 박선영(45·여)씨는 “비염이 있어 호흡기가 예민한데 환절기에 초미세먼지까지 겹쳐 숨을 쉬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주부 정모(54·여)씨는 이달 초부터 외출할 때마다 목에 이물감을 느꼈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증세가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가 중이염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평소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아무래도 미세먼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되도록이면 산책 등 외출을 피하고 집에 머물러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호흡기가 약한 노인들에게 스모그는 더 고역이다. 김정덕(69?여)씨는 “목이 칼칼해서 자꾸 기침이 나온다”며 “마스크로 입을 가려줘야 그나마 살 것 같다”고 했다. 서울 효자동 거리를 걷던 장모(85)씨는 “면역력이 약해진 게 몸으로 느껴지니 걱정스럽다. 혹시 감기라도 걸릴지 몰라 미리 감기약도 먹어뒀다”고 말했다.
서울 효자동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해서 최근 계획돼 있던 소풍을 실내 활동으로 바꿔 진행했다”며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는 먼지에 더 취약하기에 내린 조치”라고 말했다. 6세 딸과 함께 서초동을 걷던 주부 최모(35)씨는 마스크를 벗으려는 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최씨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끼고 가라고 하는데 아이가 귀찮다며 싫어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포심이 커지면서 마스크와 세정제 판매량도 급증했다. 편의점 CU가 지난 1∼6일 위생용품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마스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6%, 렌즈세정액 매출도 25.7% 증가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경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청운초등학교 학부모 이모(43·여)씨는 “스모그나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사처럼 마스크만 쓰면 되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했다. 같은 학교 학부모 황모(52)씨도 “기상청도 경보만 할 뿐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은 없어서 답답하다”며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 차원의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박세환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