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스모그의 공습] 2013년초 베이징 미세먼지 농도 WHO 기준 40배

입력 2013-11-18 17:39

최근 중국의 스모그가 극심해지면서 인접한 우리나라 대기 질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발 검은 재앙은 북서풍이 우세한 내년 봄까지 불쑥불쑥 한반도를 찾아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빈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비가 많이 오고 남동풍이 부는 7∼8월을 제외하고 봄 가을 겨울 어느 때고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스모그(smog)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다. 매연 등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미세먼지(PM10, PM2.5) 농도가 환경 기준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때 나타난다.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안개와는 다르다. 태양이 뜬 뒤에도 계속 희뿌옇게 남는 연무(煙霧)의 일종이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고농도 미세먼지(PM10)는 올 들어 19차례 나타나 지난해(3회)보다 크게 증가했다. 고농도는 PM10이 공기 1㎥당 24시간 평균 100㎍을 초과할 때로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를 말한다.

지난 1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24㎍/㎥까지 올라 평상시(55㎍/㎥)보다 2.3배 높았다. 3월에는 141㎍/㎥, 10월에는 77㎍/㎥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해 평소보다 각각 3배, 2.4배 높았다. 환경부는 2011년 백령도 측정소 분석 결과 서풍 또는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 경우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4.5% 증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스모그는 주로 북동부 공업지대에서 발생한다. 올 초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40배에 달했다. 베이징과 허난성, 장쑤성 등은 스모그 발생 일수가 10∼20일로 지난해보다 5∼10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는 중국 가정의 겨울 난방용 무연탄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5일부터 중국에서 겨울 공동 난방이 시작되면서 미세먼지 발생이 재앙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약 2억대에 달하는 자동차·오토바이에서 황 함량이 높은 고농도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도 중국 스모그 발생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탈황(脫黃·황 제거)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값싼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쏟아내고 있는 탓도 크다”며 “중국의 차량용 휘발유와 경유의 황 배출 허용 농도는 한국·미국·유럽보다 5∼10배 높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발생한 스모그가 겨울철 강해지는 북서풍을 타고 빠르면 12시간 안에, 대개는 하루 이틀 만에 서해를 건너 한반도를 뒤덮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모그가 서해를 건너오는 동안 약간 희석되긴 하지만 보통 30∼50%, 많게는 60%까지 그대로 한반도에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겨울철 스모그는 봄철 황사보다 초미세먼지(PM2.5)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로 침투해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공기 입자 중 초미세먼지 비율은 황사 때 20∼30% 정도 되지만 스모그 때는 60∼70%로 치솟는다. 또 스모그에는 카드뮴 납 등 중금속도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인천대 환경공학과 이희관 교수는 “최근 사막화로 중국의 황사 발생 빈도가 점차 많아지고 있어 봄철뿐 아니라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스모그가 황사와 겹칠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중국 대기환경 개선 지원에 나서는 한편, 스모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국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대기오염 물질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개선되는 데 2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국내 오염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의 배출 허용 기준을 2015년부터 20∼25% 강화하고 휘발유차의 미세먼지 배출 허용 기준도 신설키로 했다. 또 2014년까지 CNG(천연가스) 버스 1560대, 전기차 800대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낡은 차량을 내년까지 2만5000대 조기 폐차하기로 했다.

민태원 정부경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