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발빠른 구호 숨은 조력자는 필리핀版 ‘감자탕교회’
입력 2013-11-18 17:37
슈퍼 태풍 하이옌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한국과 필리핀의 두 ‘감자탕교회’가 손을 잡았다.
필리핀 이재민을 돕기 위해 지난 12일 서둘러 세부로 달려간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는 현지 선교사의 소개로 시티교회를 찾아가 알파파라 조(Jo) 목사를 만났다.
“타클로반 시민들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왔습니다. 식량을 마련해서 타클로반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생전 처음 보는 조 목사의 요청에 시티교회의 ‘조’ 목사는 “우리 교회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태풍이 닥친 이후 세부에서도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시티교회는 전 교인에게 연락해 쌀과 물 등 비상식량을 대량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판 끝에 1500가족 분의 식량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재민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재포장하는 것도 문제였다. 시티교회 청년과 중·고등부 청소년 200여명이 하루 종일 교회 강당에서 일일이 봉지로 쌌다. 트럭 4대 분량의 엄청난 물량을 운송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시티교회는 비상식량을 타클로반으로 옮기기 위해 공군과 해군까지 연락해 운송수단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기도로 후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티교회의 신속한 협력과 기도 덕분에 광염교회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14일 가장 많은 이재민이 모여 있는 타클로반 종합체육관에서 맨 먼저 긴급구호 작업을 펼치고 무사히 세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시티교회는 세부에 남은 광염교회 직원들과 함께 언론의 관심이 미치지 못한 세부섬 북부 반타얀 지역을 24시간 다니며 식량과 물을 나눠줬다.
시티교회 긴급구호팀 윌리 티달고 팀장은 “필리핀은 자연재해가 많아 교회가 앞장서서 돕고 있다”며 “한국의 광염교회처럼 외국에서 온 팀들과 협력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광염교회는 국내외에서 대형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이름으로 돕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교회 건물이 없어 세 들어 살고 있던 건물의 식당 때문에 ‘감자탕교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세부 시티교회가 있는 건물에도 2개의 한국식당이 있다. ‘조선갈비’와 ‘황궁’이라는 식당간판 때문에 이 교회는 ‘한국갈비탕교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게다가 자연재해가 많은 필리핀 중부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적극 나서 돕는 것도 서울의 광염교회와 같다.
조현삼 목사는 “서울의 ‘감자탕교회’가 필리핀 세부에서 또 다른 ‘감자탕교회’를 만난 셈”이라며 알파파라 조 목사의 손을 꼭 잡았다. 광염교회는 필리핀 태풍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추가로 성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등 시티교회와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세부=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