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키즈’ 세리를 넘다… 박인비, 한국인 첫 LPGA ‘2013년의 선수’ 확정

입력 2013-11-19 04:58


“LPGA 무대를 호령해 보고 싶다”고 했던 ‘여왕벌’ 박인비(25·KB금융그룹). 그가 꿈을 이뤘다. 한국 여자골프 역사도 새로 썼다. 박인비는 한국인 선수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박세리도 걸어 보지 못한 길이다.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쓰다=박인비는 1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골프장(파72·6626야드)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4위에 오른 박인비는 라이벌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따돌리고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성적과 상관없이 ‘올해의 선수’를 확정지었다.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를 297점으로 늘리면서 페테르센(258점)에게 39점 앞섰다. 마지막 대회에서 페테르센이 우승을 차지해 30점을 추가해도 288점에 불과해 결과를 뒤집지는 못한다.



LPGA 투어 사무국은 박인비로 확정된 롤렉스 ‘올해의 선수’ 외에 시즌 평균 최저 타수를 달성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 ‘올해의 신인’ 등 5개 부문에 걸쳐 상을 수여한다. ‘올해의 선수’는 투어 대회 성적에 점수를 매겨 가장 높은 점수를 올린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골프 여제’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이 상을 5년 연속 수상하는 등 역대 최다인 8차례 수상 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박인비는 이번 시즌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6승을 올리며 2001·2002년 박세리가 세운 한국인 최다승(5승)을 갈아치웠다.



◇시즌 최종전에서 다관왕 도전=박인비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마친 뒤 “LPGA 투어에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았는데, 올해의 선수가 없었던 점은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인 최초여서 올해의 선수상에 더욱 욕심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는 이제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다관왕에 도전한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상금 5만8000달러(약 61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랭킹 1위(239만3000달러)를 지켰다. 228만4326달러인 2위 페테르센과의 차이가 약 10만 달러 차이에 불과하다. 타이틀홀더스(총상금 200만 달러)에 걸린 우승 상금이 70만 달러여서 상금왕은 최종전이 끝나야 정해진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노리는 박인비는 현재 69.9타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69.48타로 선두에 올라 있고 페테르센이 69.59타로 2위다.



최근 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와 상금, 평균 타수 부문을 휩쓴 사례는 2011년 청야니(대만)가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3년 연속 3개 부문을 휩쓸었고, 소렌스탐도 1995년, 1998년, 2001년, 2002년, 2005년 등 다섯 차례나 3관왕에 올랐다. 또 1999년과 2000년에는 카리 웹(호주)이 3개 부문을 독식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아직 미정인 상금왕 등은 ‘보너스’로 생각하고 올해 아쉽게 놓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다음 목표로 잡았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많은 분이 기대해주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이제 남았다”면서 “한계를 넘어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내년에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