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석 “30년 꿈꿔온 햄릿… 연습할수록 버거워”

입력 2013-11-18 17:26 수정 2013-11-18 22:15


서울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올리는 연극 ‘햄릿’은 배우 정보석(51)의 캐스팅 소식만으로 팬들을 설레게 한 기대작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는 이 작품이 주인공 정보석의 열정과 오경택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 김학철(54), 서주희(47) 등 탄탄한 조연이 어우러져 팬들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한 자리였다.

정보석은 “연습하면 할수록 (햄릿이란 인물이) 버겁고 잘 모르겠기에 연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해 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햄릿은 고교 시절 셰익스피어를 접한 뒤 30년간 꿈꿔온 작품.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자신 있게 응했지만 막상 맡고 나선 이 복잡 미묘한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혼란스럽다고 한다. 첫 연습날 “미쳐서 ‘햄릿’하고 있는 정보석입니다”라고 인사를 했을 정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덴마크 왕자 햄릿이 부왕을 죽인 뒤 어머니와 결혼한 삼촌 클로디어스를 보며 고뇌하다 복수하는 내용으로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는 대작이다.

정보석은 “햄릿이라는 인물 자체가 갖고 있는 비전형적인 기질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특정 장면에선 어떤 감정으로 연기해야한다고 규정짓고 연기하는 대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햄릿의 모습 그대로 날 것 상태의 감정을 드러내고 싶다는 설명이다.

오경택 연출가는 주변 인물을 입체적으로 되살리고 주요 무대 장치로 ‘거울’을 택하는 연출로 동시대적으로 의미 있는 햄릿 캐릭터의 창조를 시도한다. 햄릿의 대사가 39%를 차지할 정도로 햄릿에 집중된 원작 대본과 달리 햄릿의 친어머니 거트루드(서주희)와 연인 오필리아(전경수) 등에 새로운 해석을 불어넣었다. 서주희는 “대본상 거트루드는 평면적이고 수동적인 느낌이다. 이번엔 약한 내면과 모성을 가시로 위장한, 고슴도치 같은 인물로 그려내려한다”고 말했다. 전경수도 “예전에 오필리아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과연 내가 이 역할을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다”고 했다.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 역으로 14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김학철은 “딸 바보 폴로니어스의 대사가 오늘날 한국 아버지들 이야기 같다”며 “왜 지금 햄릿이 공연돼야 하는지 관객들이 답을 찾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석과 드라마에서 두 차례 만나 번번히 죽임을 당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됐다”고 인연을 소개하며 “정보석이 과거 연기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난 연기를 해서 감탄하고 있다”고 했다.

극의 무대는 거울의 파편으로 둘러싸인 엘시노어 성. 등장인물들이 거울 속의 나와 대면하며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한 연출이다. 오경택 연출가는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당통의 죽음’을 보고 무대 운용이 흡사해 놀랐다”며 “베낀 게 아니냐고 오해할까봐 미리 밝혀둔다”고 했다. 다음달 4일부터 29일까지. 15세 이상. 2만∼5만원. 매주 화요일, 16일 공연 없음. 문의(1644-2003).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