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국립생태원

입력 2013-11-18 17:44

생태계라고 하면 숲이 무성하고 동식물 종이 다양한 곳을 떠올리기 쉽다. 그렇지만 풀 한 포기 안 보이는 사막,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다양한 생물종이 공존하는 대양, 생물종이 극히 단조롭게 보이는 극지, 비교적 좁은 연못 등이 모두 하나의 생태계다. 어느 게 더 낫다, 더 못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생태 연구와 전시·교육의 최고 기관을 표방하는 국립생태원이 내달 초 문을 연다. “열대가 있는가 하면, 사막과 지중해 지역이 있고, 제주도 곶자왈도 나타난다. 백두산을 넘어 만주로 이어지는 생태가 펼쳐지고, 숲에서는 스라소니와 노란담비가, 하늘에서는 수리부엉이가 노려본다. 자작나무숲을 지나 광활한 시베리아 침엽수림대와 툰드라를 지나 북극에 이르면 이글루와 백곰, 순록을 만난다.” 김종민 생태보전연구본부장은 지난 5일자 정책 브리핑에서 국립생태원의 핵심 시설인 에코리움 전시관을 이같이 묘사했다. ‘작은 지구’라고 할 수 있는 이 전시관은 마치 세계일주를 하는 것처럼 지구의 대표적인 기후대별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생태원은 그 기능이 자연사박물관, 생물자원관, 식물원, 동물원과 일부 겹치면서도 상당히 다르다. 생물자원관은 동시대의 식물과 동물의 표본을 구하고 분류·정리한다. 식물원과 동물원은 생물종을 분류하고 전시하며, 때로는 서식지 바깥에서 이들 종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사박물관은 동시대뿐 아니라 과거의 유물까지 포함한 생물, 지구과학, 자연인류학 및 고고학 자료를 보관·전시하는 곳이다. 생태원은 생태계와 동식물에 대한 연구, 그리고 전시·교육이라는 양대 기능을 갖고 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은 “분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분류된 생물들 간의 관계, 생물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 등을 전부 아우르는 생태학에 기반을 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 린네의 생물 ‘기준 표본’을 보유하고 있는 런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한 해에 5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이 박물관은 7100만점,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1억2400만점의 생물 표본을 관리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앞으로는 국가를 대표하는 자연사박물관 역할도 떠맡아야 할 것이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 자리잡은 국립생태원은 서천군민들이 공업단지 유치를 위한 갯벌 매립을 포기한 대가로 건립됐다. 따라서 연계관광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