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석우] 한·중·일 환경협력 본격화해야

입력 2013-11-18 17:44


“이념과 정치적 갈등이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작은 협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자 중국 하늘에 미세먼지 스모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30년 이상 초고속 성장을 이룬 부산물이기도 하다. 그냥 방치할 경우 중국 사회 전체가 서서히 질식해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의 환경오염이 이웃 한국의 상공과 바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뿐인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대재해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명백해졌다.

이제 환경오염에는 국경이 없다. 심각한 오염 발생과 급격한 피해 확산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의 필연적 결과다. 그 원인 규명과 예방책을 찾아내는 것도 결국은 과학기술로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국들의 의지다. 과거 세균의 존재 자체도 몰랐던 중세시대에는 물론이고 19세기에 이르러서도 영토주권을 방패로 자신이 일으킨 환경오염의 책임을 부인해 버리면 이웃나라의 피해를 구제하기가 매우 어려웠었다. 21세기 과학의 번영 시기에 과거의 비문명적 억지가 통용되어야 하겠는가. 다행히 중국까지도 고도성장을 달성하여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선을 위해 노력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

다만 시민사회의 힘이 아직은 약하기 때문에 심각한 환경오염을 정부가 쉬쉬할 경우 적극적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하기야 선진국이라는 일본마저도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의 처리를 민간 발전회사에 미루고, 정부는 뒷전에서 창피를 면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어느 나라라고 국제사회에서 창피를 당하고 싶겠는가.

환경오염 문제는 그 예방과 치유에 관계국가가 적극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해진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화학무기만큼 치명적인 피해를 국내외적으로 미치게 된다. 이제 우리들이 사는 지역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일어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이상, 그 적극적 해결을 위한 공동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 동북아에는 환경오염 관련 정부 간 기구들이 수없이 발족되어 나름대로 활동해 왔다. 한·중·일 3국간 환경장관회의도 매년 모임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아직은 세리머니 정도의 형식에 머무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하기 어렵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당장 벌어지는 환경오염 피해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실적이 너무 미흡하다.

중국은 아직도 자신의 책임을 무조건 부인하려는 후진국적 사고를 졸업하지 못했고, 일본은 월등히 앞선 환경관련 기술의 해외 판매에만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양방향적인 환경협력에 소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막상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한국은 중·일 양국 사이에서 주도적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고도성장에 따른 심각한 스모그 현상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이라는 재앙이 오히려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과 그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함께 논의하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제 한국이 중심이 되어 그러한 3국간 협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나아가 환경협력은 한·중·일 3국 협력위원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고, 3국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지역협력 메커니즘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환경이나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서 지역협력체를 결성하기 위한 실질적 기반을 조성하게 된다. 과거역사의 상처와 정치적 이질성 때문에 지금 당장 정치·안보적인 지역협력체의 구성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비해 환경협력은 이념이나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당장 시행해야만 하고, 또한 시행할 수 있는 시급한 현실적 과제다.

한·중·일 3국간 환경협력의 본격화는 1950년 프랑스 슈망 외무장관의 제창에 따라 유럽 중앙의 6개국이 발족시킨 석탄·철강공동체, 원자력 공동체가 오늘의 유럽연합으로 발전한 선례를 동북아에서 시현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硏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