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공개 대상 536명… 오너 일가는 94명에 그쳐
입력 2013-11-18 17:07 수정 2013-11-18 22:11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각 기업은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 임원의 보수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해야 한다. 국내 500대 기업 중 공개 대상이 된 등기 임원은 536명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일가는 94명이었다. 미등기 임원은 보수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업체인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의 등기 임원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등기 임원 평균 연봉이 5억원을 넘는 기업은 176곳이라고 18일 밝혔다. 이 가운데 대주주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있는 기업은 96곳이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이달 말부터 발효된다. 공개 대상 회사는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주권상장법인, 증권 공모 실적이 있는 법인, 외부감사 대상 법인으로 증권 소유자 수가 500명 이상인 법인 등이다. 미등기 임원은 보수가 5억원을 넘어도 개별 공시되지 않는다.
500대 기업 중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을 보면 등기 임원 평균 연봉이 5억원 이상 기업은 117곳이다. 이 가운데 대주주가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67곳이다. 대주주 등기 임원은 모두 61명이다.
그룹별로 삼성과 신세계는 오너 일가가 대부분 미등기 임원이라 보수공개 대상이 아니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호텔신라 등기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 등 나머지 일가는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신세계도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명희 회장, 정재은 그룹 명예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기업 총수의 보수 공개가 공론화된 이후 고액 연봉으로 논란을 빚었던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전 회장 등은 등기 임원직을 사퇴했다. 현대자동차 SK 롯데 한진 한화 등 대다수 그룹은 대주주가 등기 임원을 맡고 있어 보수가 구체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보수공개 회피 문제가 드러나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재벌 오너들이 기업 경영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관여하면서 많은 보수를 받지만 보수 공개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며 “보완이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와 입법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