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떨어지는 낙엽과 감사

입력 2013-11-18 17:11


내 사무실 창문에서 주택전시관 주차장에 있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굉장한 행복을 느낀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고운 빛깔로 사람을 현혹시킬 수 있는지. 나는 힘들 때마다, 피곤할 때마다 그 수줍은 처녀의 볼 같은 불그스름한 단풍을 보면서, 그리고 천사가 입었을만한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품는다.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언젠가 내가 담임하고 있던 교회에서 장애인협회가 간증집회를 한 적이 있다. 한 시각장애인이 ‘하나님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신다면’이란 말로 간증을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할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그의 간증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결혼해서 딸을 낳았는데 사람들이 딸을 보고 정말 예쁘다며 칭찬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했다. “한 시간만 눈을 뜨게 해주세요. 아니 10분만, 아니 1분만이라도 뜨게 해주세요. 내 사랑스러운 딸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눈으로 푸른 하늘을 보고,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사랑스러운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팔이 없는 장애인의 소원은 자식을 한번 안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볼 수 있고 안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밥 호프가 월남전에서 돌아온 상이용사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갔다. 너무 바빴던 밥 호프는 5분 정도만 얼굴을 내밀고 내려오려 했다. 그런데 40분이 지나서 눈물을 흠뻑 흘리며 내려왔다. 감독이 이유를 물어보니 밥 호프가 말하길 “무대에 올라가니 맨 앞줄에 있는 상이용사 두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 사람은 오른손으로 다른 한사람은 왼손으로 서로 마주치며 기쁘게 박수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일생에 그렇게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나에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5분 만에 내려 올 수가 없었습니다.”

감사는 깨달을 때 오는 것이다. 얼마 전에 S의료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했다. 복부초음파를 했는데 간에 CT를 촬영해 보자고 했다. CT를 찍은 뒤 결과를 들으러 담당 의사를 만나러 가는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방간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간암은 아닐까’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내 차례가 되어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담당의사 선생님이 모니터를 통해서 내 CT사진을 보더니 “아무 것도 없군요. 정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내 마음 속의 불안과 초조와 염려를 날려 보냈다.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는 건강한 것을 감사해야 한다. 자녀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아내가 매일같이 식탁에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준다는 것,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늘 감사해야 한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시50:23)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