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택 ‘옷장들’ 옷장에 걸린 옷에 잠재된, 현대인들의 욕망

입력 2013-11-18 16:59


옷장에 옷이 걸려 있다. 검은색 옷장은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 같다. 그곳에 걸린 순백의 드레스(사진)가 나풀나풀 춤춘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선녀의 옷처럼 하늘거린다. 다음 달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CLOSETS(옷장들)’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여는 오상택(43·서울예술대 사진학과 교수) 작가의 사진이다. 숨겨진 누군가의 옷장을 살짝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작가는 가상의 옷장에 걸린 옷을 소재로 현대인의 잠재된 욕망과 자아의 모습을 표현한다. 2005년부터 옷장 작업을 시작한 그는 남성용 양복저고리에서 출발해 여성 의류까지 시야를 넓혔다.

캔버스에 사진을 인화해 그림처럼 은은한 느낌이 들게 하고 옷의 크기도 실제보다 크게 표현했다. 이를 통해 사진의 특징인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옷이지만 그냥 옷이 아니다.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명품 의류를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이를 조선회화 양식의 하나인 ‘책가도(冊架圖)’에 비유한다. 소수 부유층만이 걸칠 수 있는 명품 옷은 벗은 몸을 가리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의 상징처럼 돼 버렸으니 선비들의 자아과시를 위한 ‘책가도’의 책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02-542-5543).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