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간다’ 10주년 기념공연 ‘올모스트 메인’… 아홉빛깔 사랑이야기

입력 2013-11-18 17:01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개막작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이 11일 첫 공연 매진을 기록하며 장기 공연을 시작했다. 4년 만에 극단 출신 연출가와 배우들이 모여 만든 작품으로 사랑에 대한 9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사랑이 뭘까’ 질문을 던진다. 극단 소속 배우 20명이 총출동하고 대학로 배우 14명이 게스트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극단 ‘간다’는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민준호 진선규가 주축이 돼 ‘직접 관객을 찾아가는 연극’을 표방하며 만들었다. 젊은 극단 특유의 실험정신을 앞세워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연극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코믹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무대 장치나 소품 등을 최대한 간략하게 하는 대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극의 완성도를 추구하며 실력파 배우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진선규, 김지현 등은 주요 연극과 뮤지컬의 주연으로 맹활약 중이고 최근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배우 이희준도 이 곳 출신이다.

이번 극의 배경은 미국 메인주 북쪽,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골 마을. 아직 지번 정리 등 행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주민들도 닉네임처럼 ‘거의(올모스트)’라 부르는 곳이다. 사귄 지 10년이 넘도록 청혼하지 않는 남자에게 ‘니가 준 사랑 돌려 줄 테니 내가 줬던 사랑도 다 돌려 달라’며 찾아간 여자 게일의 이야기. 또 자신을 배신한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상심한 여자 글로리가 오로라를 보러 왔다 만난 낯선 남자 이스트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에피소드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로 순박하고 솔직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관객으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 극단 대표로 연출을 맡은 민준호의 말은 이렇다.

“극 중 인물들은 사랑 앞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아파한다. 이 시골 사람들은 빨간 코를 달진 않았지만 마치 광대 같다. 우리 현대인들은 사랑에 너무 현명하게 대처해 오히려 사랑에 깊숙이 빠지지 못하는 게 아닐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이들 모두에게 ‘사랑의 마력’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 될 듯하다. 대학로 예술마당 4관. 3만5000원. 내년 1월19일까지. 월 공연 없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