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범들 당황하셨어요? 돈 샐 틈 없다! 3년간 고객 돈 75억 방어

입력 2013-11-17 19:14


지난달 17일 오전 11시쯤 부산은행(행장 성세환) ‘전화금융사기 특별전담반’(이하 특전반)의 모니터링에 수상한 계좌이체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전화사기)임을 직감한 특전반은 고객인 박모(61)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결과 자녀 납치를 가장한 보이스피싱이라고 판단한 특전반은 곧바로 112에 신고한 뒤 이미 다른 계좌로 이체된 1200만원에 대해 출금지급 정지 조치를 취했다. 박씨에게는 추가로 계좌이체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40대 전화사기범은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다”고 협박, 1억여원의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한 뒤 대포통장에 1200만원을 송금하게 하고 6000여만원의 추가 이체를 요구하던 중이었다.

모니터링부터 계좌이체 중단까지 걸린 시간을 3분여. 특전반의 신속한 대응에 박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산은행은 2010년 6명의 보이스피싱 전담 요원으로 특전반을 출범시켰다. 현재 최현태 검사부장을 비롯해 김정태 한규진 진재석 정수향 민경오 검사역 등이 활약한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전 연령대로 범행 대상이 확산됐다. 범행 수법도 조직화되고 지능화돼 대포통장으로 이체된 금액을 인출하는 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5분 정도 걸리던 것이 요즘은 빠르면 1분, 늦어도 3분밖에 안 걸린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들의 일상은 그야말로 ‘1초의 승부사’가 돼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특전반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82건 14억8100만원을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지켜냈다. 이들은 지난해 92건 23억원, 2011년 150건 26억원, 2010년 112건 12억원 등 출범 이후 모두 436건에 75억여원의 고객 돈을 방어했다.

최현태 부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보이스피싱에 날려버리고 고통받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