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대선 결선투표… 독재자 이복동생 역전승

입력 2013-11-17 18:46

한 차례 선거 결과 무효와 두 차례 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16일(현지시간) 실시된 몰디브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독재자’의 이복동생이 역전승을 거뒀다.

결선투표 실시 과정에서 선거부정 의혹이 불거진 데다 국제사회 역시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대선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몰디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압둘라 야민 가윰 후보가 51.39%를 얻어 48.61%에 그친 무함마드 나시드 전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전국 47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결선투표는 유권자 23만9000명 중 75%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식은 17일 오후 열렸다.

가윰 신임 대통령은 30년간 몰디브를 통치했던 독재자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이다. 앞서 그는 선거 승리가 확정된 뒤 “이제 평화와 발전을 위한 시간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권을 눈앞에 뒀던 나시드 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

앞서 지난 9월 대선 1차 투표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선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1차 투표결과를 무효로 판결하면서 재선거가 9일로 미뤄졌다. 재투표 1차에서는 나시드 후보가 가윰 후보를 앞섰으나 결선투표에서는 몰디브 최대 갑부 가심 이브라힘 후보와 여타 정당의 지지를 얻은 가윰 후보가 역전승을 거뒀다.

나시드 후보는 2008년 몰디브 최초의 민주적 대선에서 30년 독재를 해온 가윰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집권했으나 지난 2월 시위 등으로 하야했다.

대선이 마무리됐지만 혼란 가능성은 여전하다. 나시드 후보의 신임 투표 성격이 강했던 이번 선거에서 가윰 후보가 승리하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도 여전하다. 실제로 선관위 관계자는 최소 25명의 유권자가 공개투표를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혀 향후 유권자 매수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