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여성 대결’

입력 2013-11-17 18:46

17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칠레 대선에서 좌파정부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2006∼2010년 칠레를 이끈 첫 여성 대통령이자 중도좌파정당 연합체 ‘누에바 마요리아’의 후보인 미첼 바첼레트(61)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누에바 마요리아에는 사회당, 기독교민주당, 민주사회당, 급진당 등 4개 정당의 중도좌파 정치세력이 참여하고 있다.

바첼레트에 맞서고 있는 후보는 보수우파정당 연합체 ‘알리안사’의 후보인 에벨린 마테이(59·여)다. 특히 바첼레트와는 어린시절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두 여성 후보의 대결이 흥미를 끌고 있다.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부친은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90년)이 들어설 당시 공군 장성이었다. 하지만 바첼레트의 부친은 피노체트 정권이 무너뜨린 아옌데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모진 고문을 받고 옥사했다. 반면 마테이의 부친은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지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칠레 공공연구소(CEP)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첼레트가 47%의 지지율을 획득, 14% 지지율에 그친 마테이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17일 투표에서 바첼레트가 과반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12월 15일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많은 9명이 출마했다. 마테이에 이어 지지율 11%를 얻은 무소속의 프랑코 파리시(46) 후보가 변수다. 엘리트주의 척결을 내세운 그는 대선이 가까워지며 젊은층의 표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대선 결선투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칠레 대선은 바첼레트가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을지, 또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양자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