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중국판 ‘아빠 어디가’

입력 2013-11-17 18:44


중국이 마침내 부부 가운데 한 명만 독자여도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소위 ‘단독이태(單獨二胎)’를 허용했다. 그렇다고 일시에 전국적으로 두 자녀 출산이 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각 성(省)이 인구 상황에 따라 단독이태 시간표를 마련하도록 했다. 위생계생위는 ‘한 자녀 정책’이 폐기돼도 총인구가 2020년 14억3000만명, 2033년 15억명 이상 되지는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구 급증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33년 동안 한 자녀 정책이 무자비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강제 유산 등 인권침해 사례는 말로 다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농촌에서 “피바다를 만들지언정 한 명도 더 낳지 못한다”는 구호까지 나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으로 4억명가량이나 인구 증가를 억제할 수 있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는다. 한 자녀 정책은 이 밖에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잠재력 둔화, 비뚤어진 자녀 교육, 성비 불균형 등 수많은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응석받이로 자란 ‘소황제(小皇帝)’는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이로 인해 인민해방군 신병의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중국 TV가 최근 중국판 ‘아빠 어디가’를 방영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후난(湖南) 위성TV가 MBC로부터 포맷을 사들였다. 제목도 똑같고 출연진 구성도 아빠 5명과 아들·딸로 흡사하다.

아빠들은 카레이서, 배우, 영화감독, 패션모델, 다이빙 올림픽금메달리스트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은 한 자녀 가정 아이들이 사막이나 농촌 등에서 현장 체험을 하는 동안 부쩍 성장한다는 걸 강조한다.

카메라는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어진 임무를 이뤄내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그들에게도 자립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빠들은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소중한 유산이라며 감격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아이들 동작 하나하나가 화제다. 한국 TV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중국인들이 동심의 세계에 빠져드는 정서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된 것도 그렇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