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층 도심 항공안전대책 수립해야
입력 2013-11-17 18:32
지난 16일 서울 도심 상공을 날던 민간 헬리콥터가 강남의 고층아파트에 충돌하는 어처구니없는 항공사고가 발생했다. 기장 등 2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있었다. 아파트입주자들의 추가 인명사고가 뒤따르지 않아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일어날 수도, 결코 일어나서도 안 되는 한마디로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영화에서나 보던 사고를 접한 시민들은 제2, 제3의 참사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아파트가 도심에 즐비하게 들어서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점에서 헬기 충돌 사고원인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짙은 안개로 육안에 의한 가시거리가 몇 백m에 불과할 정도였는데 기장이 무리하게 운항한 이유부터 밝혀내야 한다. 또 단순한 기장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으나 기체결함 또는 정비불량 여부도 함께 가려내야할 것이다.
기장과 부기장은 LG전자 소속이다. 평소 총수 등 임원들이 지방출장에 헬기를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혹시 조직의 상하관계에 있는 기장이 기상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자신의 의견이 묵살된 채 무리하게 운항한 것은 아닌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항공기 운항을 관리감독하는 서울항공청 등 교통당국의 책임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평소 헬기는 운항허가를 받고 이륙하면 비행금지 구역인 한강 이북, 그리고 한강 이남 깊숙이 접근하지 않는 한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서울도심 상공에서 비행을 금지할 규정도 없고, 고도를 제한하지도 않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마다 빌딩과 아파트의 초고층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빌딩숲이라 할 정도로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앞으로 유사 항공사고가 추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서울의 경우 지상 50층 이상의 높은 빌딩이 18곳이나 된다. 모두 지상 100∼300m 초고층 빌딩들이다. 더욱이 오는 2015년 12월이면 지상 555m의 123층 잠실 롯데슈퍼타워도 준공될 예정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성남비행장에서 항공기 이·착륙시 항공사고 위험이 있다는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은 만큼 사고위험 요소가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부산 해운대에도 국내 최고인 300m 높이의 80층 주상복합아파트 등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민간헬기 등 항공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는 대기업 등 민간소유 헬기 50여대가 서울과 지방 상공을 수시 운항하고 있다. 교통당국은 특별안전점검과 아울러 항공안전과 관련한 법적, 제도적 미비를 철저히 파악해 안전운항수칙 매뉴얼을 완벽히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