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너무 비싼 삼성 휴대전화와 현대차
입력 2013-11-17 18:32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많이 비싸다. ‘생활필수품’인 휴대전화가 100만원씩 하는 것에 불만들이 많다. 실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삼성 갤럭시노트3, 갤럭시4, 갤럭시3이 전부 100만원 안팎에 팔린다. 삼성 직원들을 만나보면 “한 대를 팔면 몇 십만원이 남는다”고 자랑삼아 얘기한다. 그나마 삼성이 수출기업이니까 국민들이 꾹 참고 있지만, 원산지에서조차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 때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다. 의원실이 통신 전문기관과 함께 삼성의 올해 6월 말까지의 IT·모바일 부문 수익을 분석했더니 휴대전화 1대당 26만원을 벌어들였다는 내용이었다. 의원실은 또 삼성이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의 평균 출고가가 77만원이었던 반면, 삼성이 해외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는 34만원으로 배 이상 비쌌다고도 지적했다.
비싼 것 안 사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삼성전자 휴대전화 중 앞에 언급한 제품들 이외 ‘쓸만한 제품’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삼성은 지난 8월 말에 주력 제품들보다 눈에 띄게 작은 크기의 ‘갤럭시 미니’를 55만원에 출시했었다. 그리고 이달 초 구글이 LG전자와 공동으로 45만원짜리 스마트폰 ‘넥서스5’를 국내 판매한다고 하자 부랴부랴 며칠 뒤 자사도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원’을 55만원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이미 2∼3년 약정으로 100만원짜리 갤럭시 제품들을 다 구매한 상태다. 외국에선 삼성의 휴대전화 1대를 사면 1대를 더 얹어주는 ‘1+1 행사’나 ‘갤럭시4+갤럭시 기어’ 끼워팔기도 종종 봤지만 국내에선 그런 이벤트를 거의 못 봤다.
현대차에 대한 불만도 여간 크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수입차의 공세가 거세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몇 차례 가격을 낮췄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국민기업 현대차’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지난 국정감사 때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도 현대·기아차가 해외 소비자에 비해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의원에 따르면 현대차의 몇몇 브랜드는 미국보다 더 비싸고, 일부 모델은 미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지만 일부 부품의 성능이나 보증 마일리지가 미국이 더 유리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시 국감장에 나와 “한·미 간 법규와 시장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부는 사실을 인정했다.
현대차를 대신한 듯 이후 일부 경제 매체가 현대차의 몇몇 제품은 미국이 몇 백 달러 더 비싸다거나 독일도 예전에는 자국보다 미국에서 약간 싸게 팔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구매 수준과 직결된 해당국들의 1인당 GDP를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는 얘기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인당 GDP는 4만9601달러(5275만원)인데 반해 한국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만3679달러(2518만원)다. 독일도 1인당 GDP가 4만2625달러(4533만원)다.
외제차에 붙는 엄청난 특별소비세 때문에 현대차가 아직 잘 팔리지만 국산차가 국민 대다수에게 비싸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와 박근혜정부가 과자·우유·휘발유값 몇 십원, 몇 백원 오르는 것 못지않게 국민 가계에 심대한 부담을 주는 전자, 자동차 등 ‘덩치 큰 제품’들의 가격구조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손병호 산업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