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혁상] 의전(儀典)

입력 2013-11-17 18:39

의전(儀典)은 정부 내의 공적인 행사, 국가 간 외교행사에서 지켜야 할 예의 및 규범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개개인이 상식에 맞춰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뜻하기도 한다.

군신 또는 부자 관계를 중시해 온 우리나라에서 의전은 매우 중요한 절차요, 형식이었다. 삼국시대부터 규범으로 내려온 이런 형식을 집대성한 것이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다. 조선 성종 5년에 신숙주 등이 편찬한 이 책에는 국가의 기본 예식인 길례(吉禮) 가례(嘉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흉례(凶禮)에 대한 예법과 절차 등이 그림과 함께 상세히 소개돼 있다. 현대 외교에서 국가 원수 등 고위인사의 상호방문 시 의전을 규정한 것은 오례 중 빈례에 해당한다. 서양 국가들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뒤 열린 1815년 빈 회의에서 국가간 의전을 체계화했다.

사실 현대 외교에서의 의전은 과거보다 훨씬 종류와 절차가 복잡하다. 예컨대 국가 원수의 외국 방문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방문국과의 관계, 방문 목적 등 여러 상황에 맞춰 국빈방문, 공식방문, 공식실무방문, 실무방문, 사적방문 등으로 나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5월 미국 방문은 공식실무방문, 6월 중국 방문은 국빈방문이었다. 얼마 전 영국은 국빈방문, 프랑스는 공식방문이었다. 방문 종류마다 영접행사, 연회 주최자가 다르고 공식 오·만찬, 예포 발사, 의장대 사열 여부도 달라진다.

국가 원수의 외국 방문은 긴장의 연속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세밀한 일정 관리와 상호 간 호흡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같은 대규모 국제회의에선 각국 정상들의 행사 도착 및 출발 순서, 발언 순서, 기념촬영 자리 배치, 국기 게양 순서 등도 모두 사전에 완벽하게 짜여진 리스트에 맞춰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의전 담당자들은 최소한 한 달 전에 현지 사전답사를 통해 각 행사의 테이블 형태, 좌석 배치부터 시작해 소요시간, 참석자 범위, 세부 진행절차, 우천시 일정, 숙소, 날씨, 동포간담회 여부까지 일일이 점검한다. 따라서 상대국과의 전폭적인 협력과 공조는 필수적이다.

얼마 전 방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내 일정을 놓고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상회담 일정은 의전 측면에서만 본다면 낙제점에 가깝다. 돌발적인 변수나 사고가 아니라면 정상외교는 절차와 형식이 존중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상대국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남혁상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