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박원순 대항마’ 6명 뽑았지만… 가상대결서 맥없이 밀려

입력 2013-11-18 05:38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 여론조사 실시

새누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붙을 대항마를 찾기 위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6명의 후보를 선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재 후보군’ 6명은 ‘이명박정부 마지막 총리’인 김 전 총리를 비롯해 정몽준(7선·서울 동작을) 의원과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변호사, 진영(3선·서울 용산) 의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홍정욱 전 의원이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군 선정 배경에 대해 “여의도연구원이 이달 초 중앙당과 협의를 거쳐 당의 후보로 적합한 인물들을 추천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 실시 목적에 대해 ‘1차 예비조사’ 차원이라며 향후 2~3차례 더 조사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조사부터 현재 6배수의 후보군을 3배수로 압축한 뒤 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등 후보자 선정 작업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대결 결과, 박 시장이 40%대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새누리당의 잠재적인 후보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박 시장과 맞대결조차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여권 고위관계자는 “현재 시점의 박 시장 지지도는 허수”라며 “선거가 공식화하면 박 시장의 허구적인 이미지가 드러나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여권이 불리한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불문에 부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후보군 선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6명이나 되는 ‘떼 후보군’을 뽑았으면서도 당내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이름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6명 외에 당내에서 거론되는 후보들로는 원내에서 정우택(3선·충북 청주상당) 의원과 김종훈(초선·강남을) 의원이 있고, 원외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혜훈 최고위원, 원희룡·나경원 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청와대와 기초연금 방안으로 갈등을 빚은 뒤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나 ‘출당’ 여론까지 일었던 진 의원이 시장 후보로 추천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때문에 후보군 선정에 있어서 말 못할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시장 출마를 바라는 후보들은 많지만 정작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는 인물난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경선이 내년 4월쯤 예상되는 만큼 후보 선정이 급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면서도 “(지역 의원들이) 만날 때마다 경선을 이슈로 꺼내지만, 막상 구체적인 인물을 추천하는 것은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특정 인물이 제외된 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당과 서울시당의 후보군 선정이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별도의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짠 후보군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마저 나오고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