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길이 불안하다… 헬기 충돌 사고후 한국판 ‘9·11 참사’ 공포 확산
입력 2013-11-17 18:23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만 18곳 높이 555m 제2롯데월드 건설 중
서울의 하늘이 불안하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고를 계기로 2001년 미국 9·11 테러와 유사한 사고가 서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고 위험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축 중인 555m 높이의 잠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
17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은 항공 안전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일각에서 ‘암초’라고까지 하는 이유다. 초고층 건물로 인한 와류 난류(wake turbulence)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데 방해가 된다. 바람이 초고층 건물이나 높은 산에 부딪치면 공기가 좌우 다른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현상이다.
초고층 건물의 유리창도 비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햇빛이 반사돼 시야가 흐려질 수 있고, 자칫 유리창에 비친 풍경을 실제로 착각하는 일도 일어난다. 상당수 조종사들이 고층건물 근처를 지날 때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
서울에는 2000년 이후 초고층 건물이 속속 지어졌다. 현재 지상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만 18곳이다. 강남구는 55∼69층에 이르는 주상복합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6개동과 역시 도곡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카데미스위트(51층), 삼성동 무역회관(54층) 등이 있다. 영등포구에도 국제금융센터(IFC) B동(55층)과 전경련 회관(50층) 등 50층 이상 건물이 많다. 광진·구로·성동·양천구의 일부 아파트도 50층 이상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2015년 준공 예정인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건물은 높이가 여의도 63빌딩(249m)의 두 배를 넘는다. 공군 성남비행장에서 불과 5.5㎞ 떨어져 있어 추진 단계부터 논란이 뜨거웠다. 성남비행장의 활주로를 3도 정도 트는 조건으로 2010년 11월 최종 건축허가가 났지만 사고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에 비행기가 충돌할 경우 피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9·11 테러의 세계무역센터와 달리 제2롯데월드 주변에는 다른 건물이 많아 사고 시 인명피해가 9·11의 몇 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항공 사고는 화재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비행기는 공중 사고 시 항공유를 외부로 배출한다. 이 기름이 2차 화재 사고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군용 항공유(JP)는 옥탄가가 높은 고급 기름이어서 불이 잘 붙는다.
이런 가운데 서울 상공에서 항공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하나 둘 늘고 있다. 민간의 헬기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지성 폭우 등 기상 이변도 잦아지고 있다. 짙은 안개와 스모그도 시야를 가리는 위험요소다. 한 민간 회사는 지난달 16일 한강 상공에서 헬기 투어도 시작했다.
서울 상공은 군사적인 이유로 한강변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원칙적으로 비행금지구역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초고층 건물과 관련한 항공안전 대책은 사실상 도외시했다. 국토교통부 장만희 운항정책과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