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서울 도심 아파트 충돌] 하루 몇 대나 서울 상공 오가는지도 모르는 ‘안전 사각지대’

입력 2013-11-17 18:08 수정 2013-11-18 01:06


인구밀집 지역 헬기 비행안전 현주소는…

도심 헬기 충돌 사고는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나 군에서 운용하는 헬기뿐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민간헬기들이 수도 없이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하루 몇 대의 헬기가 서울 하늘을 오가는지 공식 통계나 현황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7일 각 기관에 따르면 현재 육·해·공군 헬기 680여대, 민간 헬기 109대, 경찰 헬기 20대 등이 수시로 서울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헬기들이 서울 상공에서 주로 이용하는 항로는 한강변이다. 출발 지점과 목표 지점을 설정해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의 허가를 받아 한강변이나 고속도로·간선도로 상공의 우측 항로를 따라 이동한다. 인구밀집지역을 피하기 위한 안전상의 조치다. 사고 헬기 역시 김포공항을 출발해 한강변을 따라 잠실헬기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한강변은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 안개가 자주 끼고 강변을 따라 초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큰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헬기들은 필요할 경우 고층건물이 밀집한 도심 위를 지나다니기도 한다. 초고층 건물이 많은 서울 도심 특성상 헬기가 항로를 조금만 이탈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계기비행이 아닌 조종사가 육안으로 조종하는 시계비행을 할 경우엔 인구밀집지역 운항 시 장애물로부터 최소 300m 떨어져 비행하라는 규정 외에는 별도의 고도 제한이 없다.

안전이 보장되는 공식 이동 항로도 없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계기비행의 경우에는 일정한 항로가 있지만 시계비행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 “당일 목적지에 따라 항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로지 조종사의 숙련도에 안전이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청은 “서울 상공을 지나다니는 항공기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시민의 머리 위를 수시로 날아다니는 헬기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않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민간 헬기의 경우 일단 이륙하면 서울 공역을 관리하는 군 당국과 교신이 이뤄지지 않아 통제할 방법도 없다. 서울 상공을 지나려면 기본적으로 수방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LG전자는 사고 발생 하루 전인 금요일 오전 수방사에 운항 승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고 발생 약 24분 전인 16일 오전 8시30분쯤 수방사의 기체 점검을 받았다. 그러나 헬기가 이륙한 후에는 운항경로 추적은 하지만 교신은 불가능해 항로를 벗어나더라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수방사의 설명이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도 “민간 헬기는 김포공항 관할 구역을 벗어나거나 30분 이상 행방불명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륙 때만 교신하고 비행 중간에는 교신을 하지 않아 비행 상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지방항공청은 헬기 이륙 이후에도 안전상태 점검을 위해 교신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발생한 민간·관용 헬기 사고(군 헬기 제외)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10건으로 17명이 숨졌다.

정부경 최현수 조성은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