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서울 도심 아파트 충돌] ‘江上 경로’ 벗어났을 가능성도

입력 2013-11-17 18:09


정부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해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야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민간 비사업용(자가용) 헬기에 대한 안전점검 및 운항규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안전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17일 인천 운서동 서울지방항공청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사고 원인은 섣불리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에서 블랙박스를 분석해봐야 사고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 경로와 관련해선 헬기들이 통상 강상(江上)으로 운행하는 점과 사고 헬기의 운항 시간을 감안할 때 사고 직전까지 한강을 따라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제까지 헬기가 김포공항에서 잠실 헬기장으로 시계비행할 때 강상으로 가고,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10∼15분 걸리는데 사고 헬기는 이륙 후 8분 후에 사고가 나 통상적인 경로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헬기가 강상을 따라 이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청장은 “통상적인 비행기의 경우는 국토부에서 확보한 관제 레이더 기록이 있지만 헬기 시계비행은 자료가 없다”며 “일반적인 헬기의 운항 경로를 예측해 말한 것이지 어떤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예측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고 직전까지 통상적인 헬기 운항 경로를 이용했을 거라는 국토교통부 예측과 달리 안개로 인해 다른 경로로 이동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민간 헬기 보유 업체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18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17명의 점검팀을 가동해 33개 업체가 보유한 헬기 109대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지방항공청에서 1년에 네 차례 안전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자가용 헬기의 경우 최소한의 안전규제만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민간 헬기의 경우 이륙 이후 실질적인 관리 규정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관련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고 헬기는 김포공항 관제권을 벗어난 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관계 기관과의 교신이 없어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김 청장은 “조종사가 비상 상황을 인지하면 비상주파수로 교신해 모든 관제기관에서 청취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