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서울 도심 아파트 충돌] 헬기본체 24층 박혔다가 떨어져… 추락후 기름유출까지

입력 2013-11-17 18:14 수정 2013-11-18 01:15


사고 재구성 해보니

“헬기 조종사가 각도를 위로 꺾었지만 이미 늦은 것처럼 보였다. 본체가 아파트 상단 24층쯤에 그대로 박혔다가 무게를 못 이기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헬기 충돌 사고를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김용정(46)씨는 16일 오전 8시55분쯤 아파트 정문에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사고를 목격했다. 김씨는 “갑자기 쿵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헬기가 날아와 102동 건물에 부딪혔다”면서 “사고 후에도 프로펠러가 약하게 계속 돌고 있다가 30초쯤 후에 헬기 잔해와 본체가 한꺼번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102동 바로 옆 홍실아파트 경비원 왕영일(66)씨도 ‘펑’ 하는 소리를 들었다. 놀라서 달려 나온 왕씨는 100m 건너편 화단에 헬기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왕씨는 “불은 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말했다. 103동에 사는 유모(45·여)씨는 “오전 8시56분쯤 아파트가 갑자기 흔들리는 게 느껴져 테러가 난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 신고자와 목격자, 유족, LG그룹 관계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유족과 현장 목격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블랙박스 분석 결과를 보고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102동 21∼28층 8가구 주민 32명을 위해 LG전자는 아파트 인근의 오크우드 호텔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깨진 유리창을 집 밖으로 내놓는 등 집안을 정리하던 주민들은 오후 3시쯤부터 호텔로 이동했지만 안내하는 사람이 없어 혼선을 빚기도 했다. 16일 오후 5시쯤 굳은 표정으로 오크우드 호텔에 들어선 102동 주민 A씨는 한참을 로비와 안내데스크에서 서성이다가 “어떻게 안내하는 LG그룹 직원이 한명도 없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고 이후 아파트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공사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들을 현장에 보내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창문 등 마감재가 일부 파손됐지만 구조적 문제 및 붕괴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박세환 김현길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