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서울 도심 아파트 충돌] “안개 걱정돼 문자도 보냈는데…” 유족들 오열
입력 2013-11-17 18:12 수정 2013-11-18 00:32
숨진 기장·부기장 모두 대통령 전용 헬기 몰던 베터랑
아파트와 충돌한 사고 헬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모두 대통령 전용 헬기를 몰았던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다. 두 사람의 헬기 비행시간을 합하면 1만 시간이 넘는다. 공사 26기인 박인규(58) 기장은 1982~87년 대통령 헬기 조종을 담당하는 공군 35전대에서 근무했고, 공사 48기 고종진(37) 부기장은 이명박정부 말기에 대통령 1호 헬기 부조종사로 일했다. 박 기장은 21년, 고 부기장은 13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 LG전자에 입사했다.
두 조종사의 유족들은 1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의 빈소를 지키며 오열했다. 박 기장의 아들은 “아버지가 운항 전에 회사 사람과 ‘안개가 많아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하는 걸 들었다”며 “그래도 회사에서는 계속 잠실로 가서 사람을 태우고 내려가라 한 것 같다. 아버지는 잠실에 들렀다 전주까지 가려면 시간이 없다고 급하게 나가셨다”고 말했다.
박 기장의 사촌동생(56)은 “형님이 대통령 전용기만 15년을 운전했고 실력이 좋아 LG에 스카우트된 베테랑이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침통해했다. 박 기장의 25년 친구라는 전모(58)씨는 “최신형 헬기였던 만큼 설치된 기능들이 정상적으로만 작동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부기장의 부인은 “어젯밤 남편이 걱정돼 ‘내일 안개가 많이 낀다는데 운행할 수 있겠느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라며 울먹였다. 고교 동창인 윤모(36)씨는 “내년 2월에 돌이 되는 아들을 두고 떠났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3주 전에 본 친구 모습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고 부기장의 아들이 할머니 품에 안긴 채 아버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는 모습에 빈소는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LG전자는 두 조종사의 장례를 19일까지 4일장으로 치르고 합동영결식 뒤 발인하기로 유족들과 합의했다. 사고 헬기는 사망한 두 조종사가 각각 최대 2억1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LIG손해보험 상품에 가입돼 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