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수험생들 문제 유통 브로커역… 유학 준비하며 문제 입수 최고 30만원대 거래
입력 2013-11-17 18:00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기출문제를 전문적으로 판매한 브로커의 존재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유학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대거 브로커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당 공개 문제는 최고 2만원대, 비공개 문제는 최고 30만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문)는 SAT 기출문제를 불법 유통한 브로커 8명, 기출문제를 강의에 사용한 서울 강남 소재 학원 12곳의 운영자와 강사 14명 등 22명을 적발해 21명을 저작권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민간인 신분일 때 브로커 활동을 하다 군에 입대한 피의자 1명은 군 검찰로 이송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불거진 SAT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어학원에서 강의한 문제들을 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에 보내 감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국민일보 10월 9일자 1면 참조).
브로커 김모(22)씨는 2010년부터 지난 3월까지 SAT 기출문제를 인터넷 등에서 수집해 수험생이나 학원 강사, 다른 브로커 등에게 358회에 걸쳐 판매하고 2억2071만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김씨는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출문제 입수 방법 등을 알아낸 뒤 범죄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브로커들도 대부분 학생으로 SAT 시험 준비과정에서 얻은 기출문제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학원 운영자인 김모(28)씨는 지난해 3월 미국 괌에서 치러진 SAT 시험장에 직접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 문제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그는 지난 5월 국내 시험에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1인당 10만원씩 주고 문제를 암기해 오도록 한 뒤 복원해 강의에 활용했다. 다른 어학원 운영자 김모(28·여)씨도 브로커를 통해 4700여만원을 주고 SAT 기출문제 수백건을 사들여 강의에 활용했다.
검찰은 일부 SAT 학원들이 수강료나 수강생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누락한 사실도 확인해 교육청과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들 학원은 시간당 수강료를 5000∼8000원으로 신고한 뒤 실제로는 5만∼8만원, 많게는 15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