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QE발언에 춤추는 코스피… ‘脫신흥국’ 멀었다

입력 2013-11-17 17:41


“한국은 인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국과 달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순유입 중이다.”(신제윤 금융위원장, 지난 8월)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은 신흥국의 성장 둔화 위험이 전면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것이다.”(BNP파리바, 지난 9월)

“한국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서 신흥국들과 크게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올해 들어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특수한 지위를 유독 강조해 왔다. 한국 금융시장은 명목상 신흥시장 군에 속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진국처럼 움직인다는 분석이었다. 경상수지의 흑자,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등이 경제 기초 체력(펀더멘털)의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지난 6월에도 “규모와 유동성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시점이 가시화됐다는 전망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 5∼6월에도 ‘한국 금융시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세계 각지의 ‘유동성 장세’에 거품이 걷히더라도 한국만큼은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다소 주춤할 때에는 “연내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이 불투명해지니 차별화 매력이 떨어진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촉구하는 듯한 자신감 가득한 리포트가 금융투자업계에서 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0거래일 간의 각국 증시 변동성을 비교해 보면 한국시장이 실상 선진국에 속한다거나, 여타 신흥국에 비해 단연 차별화됐다는 분석은 지나친 낙관에 가깝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국 코스피지수는 20일간 -3.58%의 낙폭을 기록, 다른 국가들보다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코스피지수보다 등락률이 부진한 지수는 신흥국들 중에서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02%), 러시아 RTS지수(-4.39%) 정도에 머물렀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3.44%), 홍콩 항셍지수(-1.93%) 등은 코스피보다 낙폭이 적었다. 선진국들은 한국 증시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입에 휘둘려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13일에는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마자 1.60% 급락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가 “경기부양책을 당장 중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지난 15일에는 2% 가까이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다가오는 양적완화 출구전략 국면에서 과연 한국 증시가 신흥국들과 뚜렷이 차별화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 대부분은 일단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권유하는 실정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당장은 안도감이 유동성 장세를 전개시킬 것”이라면서도 “실적 장세로의 진입 여부가 관건”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