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통증에 산후풍 의심 병원갔더니… “여성들에 흔한 섬유근육통”

입력 2013-11-17 17:15


주부 최모(43)씨는 7년여 전부터 온몸을 돌아다니며 나타나는 통증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어야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기가 막혔다. 최씨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하루에도 5회 이상 반복됐고, 한 번 통증이 시작되면 한두 시간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에야 자신을 괴롭힌 병명이 섬유근육통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함께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나 괴롭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이 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 잠도 제대로 못 자 항상 피곤하다고 말한다. 출산 후 몸조리를 잘못한 이들에게 흔히 생긴다는 산후풍인줄 알고 검사를 해봤더니 그것도 아니라는 진단을 받기 일쑤이다. 바로 최씨처럼 통증이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온몸을 돌아다녀 더 고통스러운 섬유근육통 환자들 얘기다.

기찬신경통증클리닉 한경림 원장은 17일 “만약 3개월 이상 온몸에 근육통이 있고 피부를 눌렀을 때 여러 군데에 통증이 느껴지면 단순한 산후풍이 아니라 섬유근육통을 우선적으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여성 환자가 90% 이상 차지=섬유근육통을 속칭 산후풍으로 오인하기 쉬운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전 인구의 3∼6%가 경험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통증질환인데다 90% 이상이 여성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목과 어깨, 허리, 무릎 등 온몸이 쑤시고 뻣뻣하며 피로감이 느껴지는데다 소화가 잘 안 되며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등 산후풍과 흡사한 증상을 겪는 것도 그렇게 판단하는 원인일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섬유근육통은 산후풍과 엄연히 다른 병이다. 소위 산후풍이 출산 과정에서 인대가 늘어나고 관절도 약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인 반면, 섬유근육통은 신경전달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자극에도 아프고 피로=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일반인이 통증으로 느끼지 않는 사소한 자극도 통증으로 느껴 조금만 무리해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통증 자극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섬유근육통은 근육통 외에도 피로감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자주 피로를 느끼고 자고 일어나도 계속 피곤하다. 밤에는 모든 주의가 통증에 집중되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 때문에 피로감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또 온몸이 쑤시는 전신 근육통과 더불어 손으로 누르면 통증을 느끼는 특유의 압통점을 갖고 있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은 “만약 뼈와 관절, 근육을 살펴보는 근골격계 검사나 신경질환을 진단하는 신경학적인 검사를 해봤는데도 통증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면 섬유근육통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시로 스트레칭하면 나아져=심한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 긴장하게 돼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며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이상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온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통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생기면 가급적 즉시 해소하려 노력하고, 같은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동작도 피하는 것이 좋다.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섬유근육통 환자는 작은 통증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일반적인 소염진통제 등으로는 치료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낮춰주는 뇌 자극요법과 더불어 제7번 경추(목뼈) 위에 자리잡고 있는 ‘성상(星狀)신경절’에 알코올 등의 약물을 주입, 신경전달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한 원장은 “성상신경절을 차단하면 교감신경이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흥분하지 않게 되고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길이 막혀 자연히 통증이 조절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