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헤딩슛 2발…홍명보號 알프스를 넘다
입력 2013-11-16 00:55
‘알프스 전사’들은 강했다. 파워가 넘쳤고, 조직력은 끈끈했다. 전반 6분 만에 한국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맹수처럼 달려들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거침없이 몰아쳐 거목 같은 스위스를 무너뜨렸고, 마침내 ‘유럽 공포증’에서 벗어났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 한국은 홍정호의 만회골과 주장 이청용의 역전골에 힘입어 2대 1로 이겼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때의 패배를 설욕해 기쁨이 더했다. ‘홍명보호’는 이날 승리로 출범 후 3승3무3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1년 6월3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 1로 이긴 이후 유럽 팀에 1무3패로 고전했다. 그러나 이번에 스위스를 꺾음으로써 유럽 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해 19일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방심하다 뚫린 수비=전반전 초반에 허용한 실점은 아쉬웠다. 수비수 이용이 스위스의 롱패스를 걷어내며 장현수에게 연결한다는 것이 그만 카사미에게 차단당하고 말았다. 카사미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려 선제골을 뽑아냈다. 순간적으로 방심해 헌납한 골이었다. 한국은 전반 22분에도 상대 진영에서 완벽하지 못한 패스로 역습을 허용해 후방이 뚫리며 세페로비치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추가골을 허용할 뻔했다.
스위스 공격수들은 한국 진영에서 공을 빼앗기면 반칙으로 역습을 차단했다. 한국이 배워도 좋을 전술이었다. 스위스의 영리한 플레이 때문에 한국 공격진은 전반에 득점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선제골을 허용한 상황에 대해 “개인적인 실수로 실점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초반 실점 후 우리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었는데 영리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고 말했다.
◇가능성 보인 공격=스위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의 강호다. FIFA 랭킹 56위의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상의 전술은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또 다른 전술은 세트피스 공격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전술은 잘 먹혔다.
전반 13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기성용이 상대 진영에서 프리킥을 날렸고, 공은 원톱으로 선발 출격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됐다. 김신욱의 헤딩 슈팅은 스위스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이미 선심의 깃발이 올라간 뒤였다. 아쉬운 오프사이드 판정이었다.
홍 감독은 후반 섀도 스트라이커 김보경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기다렸던 한국의 만회골은 후반 13분에 나왔다.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이 공을 올리자 중앙 수비수 홍정호가 뛰어올라 헤딩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동점골 이후 경기 주도권을 틀어잡은 채 스위스를 괴롭혔다.
한국의 역전골은 후반 41분 주장 이청용의 머리에서 터졌다. 이근호가 크로스를 올리자 이청용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헤딩슛으로 골을 넣었다. 스위스의 A매치 14경기 연속 무패 행진이 멈춘 순간이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