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교체 포스코 숙명? 외부인사 CEO 나오나 촉각…정준양 회장 사의 표명 안팎

입력 2013-11-15 22:41

정준양 포스코그룹 회장의 사퇴는 숙명적인 성격이 강하다. 현 정부에 의해 물러나는 모양새이지만 정 회장 본인도 4년 9개월 전 이명박 정권을 배경으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 차기 회장으로 누가 오든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외부인사 선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수장 교체=가장 큰 사퇴 배경은 포스코가 민영화된 기업임에도 ‘정권이 바뀌면 공공성이 강한 포스코와 KT의 수장은 바뀌어야 한다’는 정권의 인식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사퇴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지난 6월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했지만 국빈 만찬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만두라는 신호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후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과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명단에서 정 회장이 잇따라 제외되자 사퇴설이 확산됐다. 9월 국세청이 통상 5년마다 하는 세무조사를 3년 만에 실시한 것도 정 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비쳐졌다. 동병상련 관계인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것도 정 회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 회장 3명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임명된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3월에 물러났고, 정 회장 전임인 이구택 전 회장도 2009년 초 국세청 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사퇴했다.

◇사상 첫 외부인사 CEO 나오나=민영화 이후 포스코 회장은 모두 포스코 내부 출신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에서는 사내 등기이사 4명에 포함되는 김준식·박기홍 사장이 차기 CEO로 거론된다.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1988~1993년 포스코에서 상무로 재직했던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후보다. 외부에서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진념 전 부총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누가 CEO로 오든 포스코는 크고 작은 폭의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정 회장이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소재·에너지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철강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벌인 여러 해외 사업으로 포스코가 멍든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외부 인사가 CEO가 될 경우 내부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과감한 개혁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