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3개월간 핵 농축시설 확충 중단
입력 2013-11-15 18:23
이란이 최근 3개월 동안 핵 농축시설의 확충을 중단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이날 분기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4대만 새로 설치했을 뿐 포르도 핵시설에는 원심분리기를 추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형 IR-2M 원심분리기도 가동을 하지 않았고, 중부 아라크 지역에 신설한 원자로(IR-40)에도 ‘주요 장치’를 새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R-2M 원심분리기는 농축 작업 속도가 빨라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란의 IR-2M 원심분리기 사용에 촉각을 기울여 왔다. IR-40도 12∼18개월 만에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어 각국의 우려를 사 왔다. 이번 보고서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8월 취임한 이래 처음 발표된 것이다.
미국 역시 원활한 핵협상을 위해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를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MSNBC 방송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 가운데 ‘아주 작은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가 시작된 이후 미국이 직접적으로 동결 해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은 약 450억 달러(약 47조8530억원)에 이른다.
IAEA의 발표에 대해 이스라엘은 불만스러운 입장이다. 이란은 더 이상 확충이 필요 없을 정도의 핵시설을 이미 갖췄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은 이미 핵무기 생산을 위한 필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프로그램 확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이번 IAEA 보고서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워싱턴DC 소재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피터 브룩스 선임연구원은 13일 미 일간 보스턴헤럴드에 보낸 기고문에서 P5+1이 내놓은 핵 협상안이 충분한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안에 우라늄의 대체재인 플루토늄 생산에 대한 제재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북한 핵협상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과 ‘P5+1’은 지난 7∼10일 제네바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