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파병국가 ‘소프트파워 전략’… 직접 군사개입→ 軍양성 지원 전환
입력 2013-11-15 18:23
프랑스는 지난 1월부터 말리 북부에서 정부군과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반군 소탕 작전을 진행 중이다. 내전에 개입하기 시작한 뒤 반군 세력을 북부 주요 도시에서 쫓아냈지만 반군은 테러 공격으로 계속 저항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기자 2명이 반군에 보복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프랑스처럼 아프리카에서 군사 작전을 통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아주 드문 경우에 속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4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이 아프리카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대규모 군사작전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대세를 이루는 것은 ‘소프트 파워’ 확산 전략이다. 군대의 소프트 파워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폭동이나 반란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고, 기타 기반시설을 마련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제임스 도빈스 아프간 특사는 최근 “아프간전은 국가 재건이라는 성과를 내지 못해 불필요하게 많은 인명이 손실됐고 전쟁도 길어졌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전의 경험이 소프트파워 전략 확산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활발하게 ‘군사 활동’을 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이미 밀접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아공 국방부 장관은 최근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전사들을 위한 중국의 군사 교육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의 종식을 앞당겼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 밖에 나이지리아에 대(對) 테러 전문가들을 파견했고, 카메룬과 짐바브웨 등에서도 중국 군사자문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영국이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 군사 작전에 나선 것은 13년 전 시에라리온 내전이었다. 현재는 소말리아와 말리, 리비아 등에서 군대 양성에 나서고 있다. 내년 초에는 리비아 젊은이들을 영국으로 불러 군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말리, 차드, 지부티, 가봉 등에 군대를 파견한 상태다. 하지만 말리에서의 아픈 경험으로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셀레카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진행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400명의 프랑스군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측이 프랑스군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요구하면서 프랑스는 작전 대신 훈련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영국에 현지 군사 훈련 노하우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프리카 테러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국가다. 군대를 파견한 나라도 가장 많다. 최근 소말리아와 리비아에서 대 테러 작전을 위해 해군 특수부대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말리와 차드, 나이지리아 등 10여개국에서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는 케냐·모잠비크·마다가스카르 등과 군사협약을 맺었고, 남아공과 탄자니아에서는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터키도 최근 소말리아에 대한 국방전력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로버트 에머슨은 “아프리카에서의 분쟁은 당장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미래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바람직한 경쟁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