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長의 ‘대피 노력’ 대재앙 막아…태풍 인구 4만5000명 필리핀 구이우안, 태풍 사망 87명 그쳐
입력 2013-11-16 04:59
필리핀 정부가 슈퍼태풍 ‘하이옌’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 구이우안이 ‘작은 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이번 태풍으로 인한 구이우안의 사망자는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한 8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구호작업을 위해 구이우안에 도착한 미 해군 군의관 러셀 헤이스 대위는 “이 정도 피해 상황을 보면 사망률이 10%는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구이우안은 최대 피해지역인 타클로반과 겉모습은 크게 차이가 없다. 지상에 제대로 남아 있는 건물은 없다. 주민들이 대부분 집을 잃었다는 점은 같지만 거의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다르다.
WSJ는 구이우안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사전 대피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33세의 젊은 시장 크리스토퍼 곤살레스는 하이옌이 들이닥치기 전 주민들을 설득해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피 건물로 이동시켰다. 곤살레스 시장은 “태풍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지리적 위치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다. 구이우안은 태풍이 진로상 가장 맨 앞에 위치해 있어 강풍의 피해는 컸다. 하지만 만(灣) 내부라는 위치 때문에 타클로반 등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해일의 영향은 비교적 덜했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유엔은 지난 13일 현재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사망자가 446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지만 필리핀 정부는 공식 사망자를 2360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많아야 2500명이라고 밝히면서 안이한 상황 판단을 드러냈다.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피해지역 이재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타클로반 피해현장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 각국의 구호물자가 밀려들고 있지만 정작 구호차량들은 연료부족으로 운행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