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 논란 부실대응 책임 변영섭 문화재청장 전격 경질

입력 2013-11-15 18:20

변영섭(62) 문화재청장이 전격 경질됐다.

1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청와대는 숭례문 복구 논란 부실대응 등 문화재 보수사업 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변 청장을 경질키로 하고 본인에게 통보했다. 변 청장은 이날 오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경질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출신인 변 청장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운동에 투신한 인연으로 청장에 발탁됐지만 문화재 관리 부실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취임 8개월 만에 낙마했다. 특히 최근 국보 1호 숭례문 부실 복원과 경주 석굴암(국보 24호) 관리 소홀이 도마에 오르면서 문화재 행정 전반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변 청장은 이에 적극 대처하기보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숭례문 등 문화재 보수사업에 대한 논란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변 청장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이 있은 지 4일 만에 경질됐다.

변 청장은 취임 직후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추진하려다 좌절했는가 하면,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의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대여 전시를 반대하다 결국은 내보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국무총리실과 문체부 등 다른 부처와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변 청장 체제로는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워낙 전격적인 경질이다 보니 당장 후임 청장의 물망에 오르는 인사는 드물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중에 달려 있겠지만 전문성과 행정력을 갖춘 내부 승진 인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