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10곳 중 4곳 ‘첫 발’도 못 디뎌

입력 2013-11-15 18:20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1호 협동조합’으로 눈길을 끌었던 대리운전 협동조합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과도한 콜수수료와 부당한 벌금, 보험료 횡령 등 업계의 문제를 스스로 개선하고자 대리운전자들이 모여 만든 조합이다. 자체 콜센터 운영과 대리운전 수행 중 분쟁·사고 등에 대한 사고처리 지원업무 및 상담전화를 운영키로 했지만 협동조합의 상담전화는 아무도 받지 않는다. 조합원 20여명이 낸 출자금 110만원으로는 사업을 꾸려나가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5일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지난 5월까지 1209개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그 가운데 설문에 참가한 747개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조사한 결과 사업을 운영 중인 곳은 54.4%인 406개에 불과했다. 신생 협동조합 10곳 가운데 4곳 이상(341곳)이 사업에 착수하지도 못한 것이다. 너무 쉽게 달려들었다가 자금이 부족하거나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업 미시행 이유로 사업 운영자금 부족이 114곳으로 가장 많았고, 수익모델 구축 미비(76곳), 조합원 미확보(48곳), 예상한 정부정책 지원 없음(36곳) 등의 순이었다. 정부가 자립과 자율이라는 기치 아래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관련 지원법까지 만들어 육성하겠다는 협동조합이 아직 기업체의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 1곳당 평균 자산은 3943만원이었으며 그중 2934만원(74.4%)이 조합원 출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1인당 출자금은 약 50만원으로 집계됐다. 조합당 조합원 수는 평균 58.7명이고 1100명이 넘는 협동조합 7개를 제외하면 조합원 수는 30.6명에 그쳤다.

기존 사업체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경우는 2.3%에 그쳤고 나머지는 신생 조합이다. 조합 설립까지 준비기간은 약 2.6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은 주로 도소매(28.2%), 농·수·임업(14.2%), 제조업(9.1%) 등이다. 조합원을 주요 고객으로 둔 공동판매(51.4%)가 주된 수익창출 방식이다. 협동조합 이사장은 전문대졸 이상이 78.7%, 50대가 39.8%, 남성이 79.1%, 중소기업 출신이 26.9%였다. 협동조합 임직원의 급여는 월 114만∼177만원 수준이었다.

정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협동조합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담은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연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보조금 등 직접적인 지원 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비즈니스 모델 컨설팅 등 간접적인 지원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