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 흡연실 법규 위반 논란…제연기 약해 담배 연기 새나와 행인 간접흡연 피해
입력 2013-11-16 05:02
코레일이 최근 서울역 광장에 설치한 흡연실이 법규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레일 측은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존중하고 흡연자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했지만 간접흡연 피해 예방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코레일은 지난 12일부터 서울역사 1번 출구 앞과 3번 출구(서부역) 쪽에 각각 48㎡, 52.5㎡ 규모의 흡연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기차를 이용하는 흡연자들이 건물 바깥에서 마구 담배를 피워대 민원이 끊이지 않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2개 흡연실에는 담배꽁초통과 담배연기를 배출하는 제연기 외에 음료 자판기가 2개씩 설치돼 있다. 하지만 자판기 설치는 흡연실 기준과 방법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위배된다. 시행규칙은 공공건물 실외에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재떨이 등 흡연을 위한 시설 외에 개인용 컴퓨터 또는 탁자 등 영업에 사용되는 설비를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코레일은 최근 입찰을 통해 광고업체 F사와 3년간 흡연실을 설치·관리해주는 조건으로 음료 자판기 운영과 흡연실 벽면 화상광고를 허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코레일이 F사에 흡연실 운영 대가로 영업 행위를 하도록 해준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관할 지자체 보건소는 15일 “흡연실에는 재떨이 같은 흡연 시설만 있어야 한다. 음료 자판기를 흡연실 내부에 설치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코레일 측은 “시행규칙이 모호해 자판기를 흡연자 편의시설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흡연실은 ‘있으나 마나’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지난 14일 찾은 서울역 1번 출구 광장. 투명 유리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흡연실 안은 빼곡히 들어선 흡연자들의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흡연자들이 계속 들락거리면서 자동 출입문은 거의 열린 채였고 담배 연기는 그대로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안에 설치된 5개 제연기는 강도가 약해 담배연기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했다.
한 50대 남성 흡연자는 “저런 오소리굴에 어떻게 들어가겠나. 차라리 바깥에서 피우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상당수 흡연자도 흡연실 안에 들어가지 않고 출입문 주변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흡연실 앞을 지나던 여성은 “여전히 담배 연기와 냄새가 진동한다. 저런 흡연실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코레일 측은 “유동인구에 비해 흡연실이 좁은 건 사실”이라며 “더 넓히거나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