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징용자 700명 일본 軍 시설서 봉기

입력 2013-11-15 18:12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 해군기지에서 조선인 징용자들이 봉기를 일으켰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조선인 징용자가 민간기업이 아닌 군 시설에서 봉기를 일으킨 사실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강제동원위원회)는 15일 일제강점기에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시 해군기지에서 강제노역에 반발해 조선인 징용자 700명이 봉기를 일으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봉기를 이끈 고(故) 김선근씨의 히로시마 형무소 수형기록과 유족 증언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1943년 8월 9일 오후 7시30분쯤 한 조선인 징용자가 일본인 지도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다른 징용자 김모(당시 23세)씨가 지도원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를 거부하는 지도원을 향해 김씨 등 조선인 징용자 700명은 몽둥이를 들고 위협했다. 김씨가 남긴 수형기록에는 ‘이 봉기로 지도원 수십명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그중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김씨 등 29명은 ‘취역거부 주모자’로 몰려 구속됐고, 김씨는 1944년 3월 27일 일본 해군 군법회의에서 다중폭행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해군형무소에 수감된 지 한 달여 만에 폐결핵으로 가석방됐으나 그해 숨졌다.

강제동원위원회 관계자는 “일본의 대표적 군항인 구레 해군기지에서 봉기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군 작업장에서 조선인 700여명이 공무를 중단시킨 것은 일본 정부에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