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녹취록’ 곳곳 수정 이석기 재판 변수 되나

입력 2013-11-15 18:06 수정 2013-11-16 00:44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에 일부 오류가 있음을 시인하고 재판부에 수정본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재판 과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RO(혁명조직)’ 비밀회합 참석자들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은 특히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여서 오류가 있다는 것은 녹취록의 증거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녹취록은 지난 5월 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청소년수련원과 5월 12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RO 모임 등에서 참석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것이다. 국정원이 녹취록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한 곳은 곤지암 모임에서만 112곳이고 합정동 모임에서도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

이 의원의 변호인단은 1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녹취록이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는 주장을 집요하게 펼쳤다. ‘절두산 성지’가 ‘결전 성지’로, ‘선전 수행’이 ‘성전 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가 ‘전쟁을 준비’ 등으로 작성됐던 것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결과적으로 일부 단어를 왜곡해 모임 참석자들이 마치 내란을 음모한 것처럼 호전적인 단어로 바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장인 김정운 판사도 “절두산 성지와 결전 성지는 글자 수가 달라 오인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녹취록을 20~30번씩 들었다고 했는데 의도적인 게 아니냐”고 물었다.

국정원 측은 그러나 의도적인 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 문모씨는 공판에서 “녹취파일 음질이 안 좋았고 시간도 촉박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지 다른 이상(왜곡)은 없다”고 말했다.

문씨는 5월 10일 광주 곤지암, 이틀 뒤 합정동 RO 모임의 녹음 파일을 직접 청취하고 녹취록을 가장 많이 작성한 수사관이지만 녹취록 작성에는 ‘초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판에서 문씨는 “녹취록을 작성한 경험이 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이번 사건으로 녹취록을 처음 작성해 봤다”고 답했다. 또 사흘 만에 녹취록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녹취록이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돼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국정원이 RO 내부 제보자에게 녹음기를 제공해 녹음을 시켰거나 일반인에게 감청을 위탁해 작성한 것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제보자가 녹음 대상과 장소를 정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서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