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도움 되는 학생 뽑아라” 성적 조작…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백태
입력 2013-11-16 05:01
올해 영훈국제중학교에 부정입학한 학생 중 ‘대기업 총수의 손자’가 포함된 것으로 법원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입시 비리로 구속 기소된 영훈학원 김하주(80) 이사장에게는 4년6개월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재환)는 15일 자녀 입학 청탁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5차례에 걸쳐 1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 기소된 김 이사장에게 징역 4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와 권세가 있는 사람들의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율과 평등이 공존해야 하는 교육의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다만 김씨가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고 초범·고령인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아 김 이사장에게 건넨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영훈국제중 임모(53) 행정실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성적조작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모(39)씨 등 영훈중 교사 3명은 각각 징역 10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자녀 입학을 위해 뒷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된 황모(43·여)씨 등 학부모 4명에게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09년부터 영훈중이 자체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되자 영훈중 교감으로부터 구체적인 신입생 선발 경과 및 결과 등을 수시로 보고받는 등 입시에 관여했다. 2009년 신입생 선발 결과 영훈초등학교 출신 비율이 낮다고 판단한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교장 박모씨를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또 공개석상에서 영훈초 출신들을 많이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11월 ‘대기업 총수의 손자’가 영훈중 비경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한부모가정)에 지원하자 김 이사장은 “학교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니 선발하라”고 영훈국제중 교장과 교감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김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주관적 영역 점수를 모두 만점으로 높이는 방식 등으로 사회적 배려대상자 및 일반 전형 지원자들의 성적을 조작했다. 또 영훈초가 아닌 특정 학교 출신이 4명이나 합격권에 몰려 있자 1명만 합격시키기로 하고 나머지 지원자는 주관적 영역 점수를 최하점으로 고치기도 했다. 교사들은 지원자들의 인적사항은 모두 블라인드 처리를 하도록 돼 있지만 무시했으며 성적 조작을 감행하고 난 뒤에는 원심사 자료를 파기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