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마저 ‘뒷걸음’… 글로벌 경제 다시 먹구름

입력 2013-11-15 17:57 수정 2013-11-15 23:42


글로벌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였던 유럽과 일본 경제가 3분기 들어 나란히 뒷걸음질쳤다. 두 거대 경제권의 체질 자체가 허약한 데다 신흥국의 경기반등도 확신할 수 없어 내년 글로벌 경제의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회복세 보이던 유럽·일본, 다시 뒷걸음질?=최근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비해 0.1% 증가에 그쳤다. 지난 2분기에 0.3% 증가해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가 다시 둔화 페달을 밟은 격이 됐다. 특히 유럽 경제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경기둔화세를 이끈 결과가 나와 우려가 더욱 크다. 독일은 2분기에 0.7% 성장했으나 3분기에는 0.3% 성장에 그쳤으며 프랑스는 같은 기간 0.5% 성장에서 0.1% 감소로 돌아섰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일 발표된 일본의 3분기 GDP는 0.5% 성장에 그쳐 전 분기 성장률(0.9%)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전 분기 2.9% 증가에서 0.6% 감소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자에서 “유로존과 일본이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깨뜨렸다”고 묘사했다.

전문가들은 양대 선진권역의 경기부진은 경제 펀더멘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IM투자증권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친 뒤 이들 지역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떠안았는데 일시적 부양으로 근본적인 회복세를 이끌기는 애초 쉽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일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추가 절하와 세계 경제의 확실한 회복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일본 경제가 동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돌려 말하면 환율과 글로벌 경기 외에 일본 경제가 자생적으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사실상 나홀로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 양적완화 지속 방침을 시사한 것은 여전히 미 실물경제가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음을 방증한 것이다.

◇신흥국 시대는 종언하나=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신흥국들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제는 세계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신흥국 시대의 종언’이란 말까지 나온다.

신흥국들은 해외 수요 위축과 같은 경기순환적인 측면과 불균형 성장, 대외충격에 대한 취약성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작용해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조사국 권승혁 차장은 “신흥국들은 기존 성장모델에 따른 단순 선진국 추격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구조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로서는 양 경제권의 경기둔화 모습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경제 체질이 우위에 있다는 평을 듣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외부악재는 언제든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62원으로 5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세욱 천지우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