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일 정상 ‘관계 정상화’ 공감은 하는데…

입력 2013-11-16 05:04

박근혜 대통령의 ‘선(先) 과거사 반성, 후(後) 관계 정상화’ 대일(對日) 원칙론 기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협력위원회 창립 50주년 총회에 보낸 축하 메시지를 통해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15일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한 68주년 광복절 경축사보다 진전된 유화 메시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차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을 지적하며 “과거사 반성 없이는 양국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서로의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미·중·러와 정상 방문외교를 마무리하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야심찬 외교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아 왔다.

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는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협력위원회 우리 대표단을 만나 “과거사에 대해 통석(痛惜)의 마음을 갖고 있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을 하고 싶다”고 한 데 대한 화답 형식으로 보인다.

한·일 정부는 그동안 각종 사안에 대해 겉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우리에겐 일본이 미·중 다음으로 경제협력·교역이 많은 국가이고, 일본으로서도 대한(對韓) 관계 증진 없이는 동북아 외교노선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조속히 양국 정상 간 건설적 논의가 가능한 분위기가 하루 속히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공감대가 실제 현실로 전환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 국민감정이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고 있고, 일본 내부의 강경우익 득세도 잦아들지 않는 것이 양국 관계 복원의 최대 복병이다. 또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인사들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집단 방문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본에 대한 정치권 분위기도 만만찮다. 여야는 아베 총리가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고 했다는 일본 보수잡지 슈칸분슌(週刊文春) 보도와 관련, 한목소리로 비난을 퍼부었다.

한·일 협력위원회 총회 참석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찾은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 등 우리 측 의원 7명 전원은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일본 의원들과의 오찬 행사와 총회에 불참했다. 또 “일본 정부가 기사 내용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충분히 인식해 사실 관계를 즉시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