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달려간 경제단체장… 여야 충돌에 결국 ‘빈손’

입력 2013-11-15 17:50

여야의 예산·법안 심사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경제 5단체장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15일 각각 국회를 찾았다. 경제단체장들은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 처리를 요청했고, 정 총리는 조속한 예산·법안 심사를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이들과 한목소리를 내면서 보조를 맞춘 반면, 민주당은 서민·중소기업을 살리는 경제민주화가 우선이라며 맞섰다. 여야의 의견충돌 속에 경제인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빈손으로 돌아갔다.

◇경제단체장 국회 방문, 시작은 화기애애 끝날 때는 쌀쌀=국회 귀빈식당에서 오전 일찍 시작된 면담은 처음에는 화기애애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인사말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경제 5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감사를 표시한 뒤 “기업들에 너무 일시적으로 많은 부담이 주어지면 엔진 과부하와 같은 현상이 우려된다”고 재계의 입장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제 활성화 관련한 입법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적극 호응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 원내대표는 “골목상권마저 빼앗아버리는 대기업들의 폭력에 대해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다”며 “수출 대기업에 대해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골목 대기업은 비판한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 재계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부동산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 투자 활성화를 위한 10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환경투자 세액공제 축소에 관한 2개 법안은 내용 완화나 유지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여야에 전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결과에 대한 발표도 달랐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법안을) 하나 처리해줘야 하지 않나 했는데 전 원내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경제인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서민·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민주당은 방법론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읍소하러 온 정 총리=정 총리는 민주당을 먼저 찾았다. 정 총리는 전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예산 문제도 있고 각종 현안 법률들이 많은데, 민주당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전 원내대표는 “입법과 예산은 조화와 타협을 통해 처리되고 통과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김한길 대표를 만나서도 ‘읍소’라는 단어를 수차례 쓰며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문제로 이렇게 장기적으로 정국을 끌고 가는 게 옳지 않다”며 “성의를 전혀 보이지 않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예방에서는 비교적 환대를 받았다. 황 대표는 “야당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꼭 반영할 것이 무엇인지 정부 측도 잘 파악해 예산이 원만히 처리되도록 하는 게 후속 정책 집행에도 중요하다”고 정 총리에게 당부했다.

임성수 권기석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