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수사결과] 미흡한 마무리… 檢,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히겠다더니…

입력 2013-11-15 17:52 수정 2013-11-16 00:39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3개월 동안 온 나라는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이 사초(史草) 실종 의혹으로 이어지며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고 무의미한 싸움만 계속됐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사실상 밝힘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으며, 고의적으로 삭제한 부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에 마치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이 내놓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또다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게 아니라 새로운 정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의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삭제·미이관을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결과 발표 때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점에 비추면 미흡한 결과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참여정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정식 이관된 기록물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봉하마을 이지원에서 삭제된 대화록 초본을 복구했고 수정본을 발견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전 예고가 없었던 검찰의 깜짝 발표는 논란의 중심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에서 사초폐기 의혹으로 바꿔 놨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초본과 수정본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며 대화록 삭제의 의도가 있음을 에둘러 내비추기도 했다. 검찰의 ‘유의미한 차이’라는 설명은 ‘노 전 대통령이 NLL 관련 발언 중 국익에 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 고의로 삭제·미이관했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논란은 계속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날 ‘노 전 대통령이 NLL 관련 발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대화록 삭제와 미이관을 지시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평가는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히려 “초본이나 수정본 모두 나름대로 완성본인데 왜 삭제했을까 그 부분을 생각해 보라. 보도자료 곳곳에 그런 부분을 적시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이나 중간·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되레 ‘NLL 포기 발언’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의혹만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그동안 참여정부 측 인사들이 ‘초본은 초안 성격이어서 수정한 만큼 삭제가 당연하다’ ‘수정본은 실수로 이관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쪽이)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초본은 하나의 완성본”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초본에 오류가 많다고 했다. 수정이 불가피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초본을 받아본 뒤 수정을 지시했지만 문서처리 방법 중 하나인 ‘열람’을 선택했기 때문에 ‘완성본’이라고 주장했다. 문서관리카드에는 열람·시행·재검토·보류·중단 등 5가지 문서처리 방법이 있다. ‘열람’을 선택한 건 사실상 결재했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내렸다.

검찰은 주초부터 수사결과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다 언론 주목도가 떨어지는 ‘금요일’로 최종 낙점했다. 법무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날이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도 모두 금요일이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