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수사결과] “의도적인 수사”… 野, 검찰 조사 전면부인

입력 2013-11-15 17:52 수정 2013-11-15 23:00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3개월 동안 온 나라는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이 사초(史草) 실종 의혹으로 이어지며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고 무의미한 싸움만 계속됐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사실상 밝힘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으며, 고의적으로 삭제한 부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에 마치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이 내놓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또다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게 아니라 새로운 정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1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실체적 근거가 없는 의도를 가진 짜맞추기 수사”라고 반발했다. 노무현재단은 “현 집권세력이 패륜을 저질렀다”고 비난했으나 대화록 미이관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전면 부인하고, 대화록 유출 등에 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조차 미이관 문제를 사과하고 정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특검 적절성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진상규명 대책단은 검찰 발표 1시간 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비판했다. 노무현재단도 공식 성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초안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실무진의 착오로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무진의 착오로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에 미이관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기소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존할 필요가 없는 초안을 정리했다”며 “내 행동이 왜 사법조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잘못된 진술이었다고 번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삭제를 지시한 것은 없고 단지 ‘국가정보원에 보내서 1급 비밀로 관리하면서 다음 대통령이 보도록 해라. 불필요한 것은 정리를 해라’ 정도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며 “거기에 따라 초안은 보존할 필요가 없어 (관련 부서에) 삭제 조치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노무현계인 전해철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지원에는 문서삭제 기능이 없고 대화록 초본 등 이관대상이 아닌 문서의 경우 표제문만 없애는 방식으로 미이관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검찰 발표가 대화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의원과 친노계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수사 결과가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록 미이관은 사실이고, 국민들은 고의적인 대화록 삭제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특검을 하더라도 우리가 유출자로 지목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검은 정쟁으로 비춰지는 데다 당력마저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