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수사결과] “史草폐기 입증”… 與, 굴욕적 남북정상회담 확인
입력 2013-11-15 17:52 수정 2013-11-16 00:38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3개월 동안 온 나라는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이 사초(史草) 실종 의혹으로 이어지며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고 무의미한 싸움만 계속됐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사실상 밝힘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으며, 고의적으로 삭제한 부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에 마치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이 내놓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또다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게 아니라 새로운 정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5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초가 폐기된 것이 입증됐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굴욕적인 저자세 정상회담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들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문 의원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했고, 친노 세력에게는 역사 앞에서 속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번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반전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민주당 등 야권의 특별검사제 요구로 여야가 정면 대치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아 정국을 전환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한 당사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으로 사실상 밝혀지자 애써 당혹감을 감추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문 의원은 스스로 정상회담의 대화록 생산과 대통령기록관 이관 과정의 책임자였다고 인정한 만큼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하더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국민들을 기만해 온 심판을 받아 마땅하며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이 지난 7월 26일 대화록 실종 의혹과 관련해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올린 글에서 ‘내가 몰랐던 나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압박을 가한 것이다.
홍 원내대변인은 이어 “사초 실종·사초 폐기 논란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수정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더욱 충격적”이라면서 “‘대화록이 국정원에 있으니 문제가 없다’거나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됐으니 된 것 아니냐’는 등의 민주당과 문 의원의 뻔뻔한 말바꾸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문 의원과 친노들은 역사 앞에 속죄하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면서 “대화록 사초가 폐기되고 사실상 NLL 포기 발언이 있었으며 2007년 정상회담은 굴욕적인 저자세 정상회담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사초 실종 논란에서는 승리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에서는 패배했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새누리당은 1승1패라는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NLL 논란이나 사초 실종 논란을 더 이상 끌어봤자 이로울 것은 없다”면서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이 논란들을 털고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