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수사결과] “盧 지시로 대화록 초본 삭제·수정본 未이관”

입력 2013-11-15 17:54 수정 2013-11-15 22:36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고, 수정본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채 봉하마을로 유출됐다고 15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삭제된 대화록 초본과 국정원에 넘겨진 수정본은 호칭 명칭 등 일부 표현만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대화록 초본 삭제 및 수정본 미(未)이관 지시에 따른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형법상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07년 말 청와대 비서실장 겸 정상회담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은 국정원에서 1급 비밀로 보관하고 청와대에 두지 말라’고 했다’는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을 노 전 대통령 삭제 지시의 근거로 들었다. 조 전 비서관이 2008년 2월 14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메모보고’도 공개했다. 검찰이 확보한 메모보고에는 ‘대화록의 보안성을 감안, 안보실장과 상의해 이지원의 문서관리카드에서는 삭제하고, 대통령만 접근할 수 있도록 올린다’고 적혀 있다. 검찰은 ”극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기록물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삭제된 대화록 초본(98페이지 분량)과 국정원에 넘겨진 수정본(103페이지 분량)은 호칭, 명칭 등 일부 표현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초본도 노 전 대통령의 결재를 마친 완성본이어서 대통령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왜 대화록 삭제 및 미이관을 지시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결국 보안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만 했다.

검찰은 초본의 NLL 관련 발언 내용 일부가 바뀌어 수정본에 기록된 사실을 찾아냈다. 검찰은 ‘임기 동안 NLL 문제 해결’이라는 문구 중 ‘해결’이라는 단어가 수정본에서 ‘치유’로 바뀌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초본과 수정본, 국정원 보관 대화록 어디에도 “NLL을 포기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명시적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정치검찰의 짜깁기 수사, 표적 수사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비판했고, 새누리당 측은 “사초 실종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수정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