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수사결과] “그 옛날 선들 다 포기”… NLL 포기발언은 김정일이 했다
입력 2013-11-15 17:46 수정 2013-11-15 22:48
검찰이 봉하마을로 유출됐던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 이지원(e-知園)에서 찾아낸 대화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명시적’ 포기 발언은 찾기 힘들다. 검찰은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에서 ‘NLL’ 관련 내용에 몇 가지 차이가 발견됐다고 15일 밝혔다.
NLL 포기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 발언은 초본에 “지금 서해 문제가 복잡하게 되어 있는 이상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 평화지대를 선포(선언)한다”고 기록됐다.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이 발언 중 ‘복잡하게 되어 있는’ 부분을 ‘복잡하게 제기되어 있는’으로 바꿨다. ‘선포(선언)’는 ‘선포, 선언’으로 괄호만 삭제했다.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대응 발언에서도 수정이 이뤄졌다. 초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로 돼 있다. 이 문구는 수정본에서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로 바뀌었다. 해결이 치유로 변경된 부분은 국가정보원이 초안과 실제 녹음 내용을 비교한 뒤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치유’였다는 뜻이다. NLL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히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수정을 직접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조 전 비서관이 보낸 초본을 읽어 본 뒤 ‘회의록을 수정·보완하라’는 취지의 보고서 의견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보고서에 “NLL 문제는 김 위원장도 추후 다루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임기 내에 NLL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다룰 때 지혜롭게 다뤄 달라”고 기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초본) 62페이지에 나온 ‘자위력으로’라는 표현은 ‘자의적으로’의 오기다. 63페이지 상단 ‘남측의 지도자께서도’라는 표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오류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밖의 문제는 다 공개된 대로다”고 언급했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NLL 관련 발언 수정 내용은 이 같은 내용이 전부였다. 이에 검찰은 “‘해결’ ‘치유’ 부분은 최근 언론에 보도가 됐던 부분이라 수사결과 발표 자료에 기재한 것”이라며 “이 부분이 NLL 관련 발언 수정의 전부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적절치 않다”고만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