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록 실종 논란 이제는 벗어날 때 됐다
입력 2013-11-15 17:18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관련 수사결과를 15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장시간 동안 면밀히 수사한 검찰의 노고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같은 수사 결과는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정상끼리의 대화를 낱낱이 까발리는 것도 모자라 검찰 수사까지 하는 국가로 국제사회에 자리매김하게 됐다.
역사 기록물로 보존돼야 마땅한 대화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사저로 넘긴 행위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삭제와 파기에 관련된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검찰의 결론에 수긍이 간다. 이들 외에 나머지 인사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번 논란이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결국 검찰로 넘어간 과정을 곰곰이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선 국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한다. 발언의 유무 논쟁에서 대화록 실종으로 비화되는 시점에서 보인 문재인 의원의 처신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마치 대화록을 실제로 본 것처럼 유세를 해놓고 이를 따지는 검찰에 출두해서는 증권가의 정보지를 봤다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주장이다. 국민들을 바보로 알지 않는 다음에야 어찌 이런 뻔뻔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화록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도저히 구사할 수 없는 용어로 전직 대통령을 비난해 놓고는 이제 와 오리발을 내미는 행태는 보기에도 딱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서로 간 대화로 해결되지 않고 검찰이 승패를 정해주는 고질적인 한국 후진 정치의 전형으로밖에 볼 수 없다. 툭하면 검찰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는 못된 습성이 도무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도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된 역사적 진실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을까. 논쟁 관련자 모두가 통렬히 반성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