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콩고의 ‘작은 기적’] 처음 만져 본 컴퓨터… 꿈을 입력하다
입력 2013-11-16 04:03
지난달 30일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리카시 지역의 무앙가 초등학교. 리키(12)가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와 씨름하고 있다. 마우스를 쥔 오른손은 자꾸만 미끄러졌다. 모니터 위 손톱만한 화살표를 뜻대로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다. 문서 파일을 열기 위해 ‘더블 클릭’을 하려 했지만 손가락은 번번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리키의 얼굴에 실망이 번지는가 싶더니 푸른 조끼를 입은 한국인 ‘일일교사’가 곁에 다가가자 안도의 미소를 ‘씨익’ 지어 보였다.
삼성전자와 월드비전은 이날 아프리카 최빈국의 이 초등학교에서 IT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마을. 1년 만에 컴퓨터 20대를 놓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국 기업과 구호단체는 직접 전신주까지 세워가며 불가능을 현실로 탈바꿈시켰다.
IT센터는 학생과 리카시 주민들이 이용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월드비전 봉사단이 방문하자 1000여명 학생과 주민들이 모두 나와 축제를 열었다. 1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던 이들은 신기한 듯 IT센터 창문에 매달려 난생 처음 보는 컴퓨터를 구경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DS부문 사회봉사단과 월드비전 관계자 등 8명은 행사가 끝난 뒤 일일 교사를 자처했다.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한기채(33)씨는 “컴퓨터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의 눈빛에서 배움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쥐는 마우스가 낯설었던 아이들은 실수를 연발했다. 프로그램을 작동하기 위해 마우스 커서를 파일에 가져다 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서를 작성한 뒤 저장하는 법을 배우던 아이는 오른쪽 상단의 ‘×’ 버튼을 누르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겨우 버튼을 누른 아이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산 넘어 산이었다. ‘문서를 저장하시겠습니까?’라는 불어 안내문구가 떴다. 이때 봉사단원이 다가가 ‘oui’(예)를 함께 누른 뒤 “최고로 잘했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아이는 수줍게 웃었다. 컴퓨터에 익숙한 한국의 또래 아이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미소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워드파일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다. 키보드를 치는 아이들은 검지로 알파벳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입력했다. 그러다 오타라도 하면 한숨을 내쉬었다. 봉사단이 삭제 버튼(backspace)을 알려주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였지만, 현지 교사들의 자세도 적극적이었다. 한 교사는 “그림도 불러올 수 있느냐”고 물으며 “컴퓨터는 배우면 배울수록 신기하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신희경 지부장은 “불가능해 보였던 아프리카의 불모지 DR콩고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이곳 아이들이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리카시=글·사진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